찬 아침.
어제 든 방문객과 아침뜨락을 걸었다.
아침뜨락에서 스님은 법문을 나누고, 물꼬의 생각을 문답하고.
햇발동에서 가벼운 아침을 먹었다.
학교로 내려와 차를 달이고,
이른 낮밥처럼 내놓은 다식을 들고 스님 떠나셨다.
선물로 들고 오신 귀한 보이차 한 편이 가마솥방에 스님처럼 앉았더라.
재바르게 움직여 낮밥을 차렸다.
자주 밥을 내주는 한 형님께 오늘은 물꼬에서 국수를 내기로 했기.
“아직 난로를 안 때셔?”
그 댁은 벌써부터 난로를 피우고 있었으니까.
난로를 피워도 추워서 사람 오라기 쉽잖은 구멍숭숭한 물꼬라.
“너무 더워!”
더우면 못산다며 에어컨 팡팡 틀고 사는 이웃의 한 아낙네는
7월의 어느 저녁 물꼬에서 밥을 먹고는 다시 못오겠다 했더랬지.
물꼬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 하하.
오늘이 아니면 봄 오기까지 밥 한 끼 내기 어려울 거라고
오늘로 받은 날이었네.
문자 한 줄을 귀찮아라 하는 당신이 보낸 인사가 퍽 고마웠다.
‘오늘 아주아주 잘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오후에는 달골 몇 곳에 국화를 심었다.
지느러미길 시작점 바위 곁에, 바위축대 앞으로도,
옴자의 한가운데 바위 앞으로,
마지막으로 실도랑 휘돌아나가는 뽕나무 앞으로 한 무더기.
콧물이 어찌나 흐르던지.
바람 거칠고,
영하로 떨어진다 하고 비도 든다 하며 흐려가는 하늘이었다.
여러 날 추울 거라 하니 오늘을 넘기지 않으려 했던.
한파주의보가 재난문자로 들어왔다.
낼 영하 5도라네.
밤, 겨울채비 하나 쫓겨서 하다.
11월 15일께 겨울90일수행에 들며 하는 일인데.
창고동 수전과 변기 물을 다 빼다.
맨 안쪽에 있는 샤워기 하나는 스패너로 아주 풀어두다,
벽체 쪽이 얼어 터진 적 있으니.
햇발동과 사이집의 바깥 물호스는 낮에 물 빼고 말아두었던.
느티나무삼거리의 장승에서 아침뜨락의 북쪽 수로를 거슬러 밥못까지 가는 호스도
이음새를 열어 물을 빼두었더랬다, 국화를 심은 뒤 아침뜨락 나오기 전.
얼떨결에 또 그리 월동 준비 한켠 해두었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