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5 아침을 열다.

05시만 일어나도 된다 싶었지만 간밤 너무 늦지 않게 잘 수 있어 가뿐하였나 보다.

물꼬스테이 사흘째.

눈뜨자마자 해건지기.

06시 때건지기.

07시 바로 움직여 모두 달골로 오른다.

학교 사택 간장집 앞 꽃밭의 옥잠화를 캐서,

그리고 오다 달골길에 돌나물도 또 캐서 실어 나른다.

옥잠화의 반은 사이집 마당에,

나머지는 아침뜨樂 옴자 곁, 대나무 수로 아래에 심었다.

사람들이 사이집 남동쪽 울타리에 어제에 이어 돌나물을 심는 동안,


혼자 사이집 북쪽으로 대나무 파티션 울타리를 만들다.

하고 싶었던 일이다.

양쪽에 쇠기둥을 박아 튼튼하게 한 뒤 대나무 둘을 아래위로 묶고

그것을 중심으로 앞뒤로 엇갈리며 대나무들을 세웠다.

머리 쪽 키를 가지런하지 않아도 되게.

핀란드 헬싱키의 시벨리우스 공원에서 봤던 팬플루트 모양의 관이기라도 한 양.

다른 이의 손을 굳이 부르지 않아도 그럭저럭 일이 되었다.

대나무 있고, 철사 있고, 기본 공구 있으니 일이 수월했던.

그거면 되지.

전체로 다 벽처럼 세우지 않고 일부만 만들었는데,

그래도 기분 좋은 성과물이었다.

이런 것도 성공의 경험!

성공의 경험은 자신감을 키워주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이른 낮밥을 먹고 물꼬스테이를 끝낸 이들이 나갔으나

여전히 그 흐름을 이어간다.

그 기세로 독하게 움직인다 싶을 만치.

아, 물꼬스테이의 힘이 이런 거였구나.

끝나고 나면 사람들이 자신감이 붙는다더니, 나 역시.

우리 모두 잘 살고 있다, 그저 복잡했던 건 우리 마음이었을 뿐.

달골 길가 돌나물 무데기드을 또 캐왔다.

아침뜨樂 달못 둘레 한 곳에다 심었지.

학교에서 바위취도 더 덜어와 아침뜨樂의 아고라 계단 아래 놓았다.

불두화 두어 가지 꺾어다 대나무 수로 가에 꽂았네.


마침 가까이에서 조경일을 하고 있는 준한샘이 또 들러

저녁을 같이 들었다.

새로 지어드리려 하였으나 식은 밥으로 김치국밥.

고맙더라, 아침뜨樂 일을 짬짬이 그리 살펴봐주고 있다.

오랜 식구 같은.

아침뜨樂 미궁에 느티나무 모시는 것에다

사이집 마당 들머리에 홍단풍 두 그루도 들이기로 한다.


프랑스문화원에서 토론회를 마친 기락샘의 전화가 들어오다.

거기서 물꼬의 오랜 인연을 만났더라는.

학부모였고, 늘 마음에 고여 있던 이,

무려 20년이 흘렀던가.

그렇게 또 인연이 다시 이어진다.

잊고 않고 있으면 그리 만나게 되더라는!

여전히 지키고 있으니 찾아드는 이들이 언제나 있다.

고마운 삶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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