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0.쇠날. 흐릿하다 저녁답에 비

조회 수 1516 추천 수 0 2008.10.20 04:54:00

2008.10.10.쇠날. 흐릿하다 저녁답에 비


아, 가을입니다.
감국 곱게도 핀 산길입니다.
아이랑 우리들의 명상길 ‘티벳길’에 갑니다.
“어, 엄마, 이것 좀 봐.”
“노린재다!”
“우리가시허리노린재!”
그리고 들고 갔던 책을 펴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앉아있는 꽃도 똑같지?”
여뀌 위에 노닐고 있었지요.
검은빛이 도는 노랑색 배에는
검은색 점무늬가 흩어져 있습니다.
“봐, 허리도 잘록하고,
앞가슴등판 옆쪽 모서리가 가시처럼 뾰족하게 나왔지?”
“그러게.”
“이게 수컷이고 이게 암컷이야.”
돋보기를 들이대며 아이는 그들의 세계 속으로 한 발 더 다가갑니다.
“어, 어, 짝짓기 한다.”
아이가 그들 속에서 놀 때
곁에서 감국을 꺾습니다.
차를 담을 건 다른 날에 다시 오고
오늘은 가마솥방을 한 항아리 밝혀줄 만큼만 꺾지요.“초록별 푸른 언덕에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노래가 절로 나오는 가을 숲입니다.

“어디 댕겨 오셨어?”
숲을 빠져나와 마을길로 내려서자
새로 지은 첫 집에서 할머니가 걸어나오셨습니다.
아이들이 커피할머니라 부르지요.
늘 아이들과 지나다보면 꼭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라시거든요.
오늘도 기어이 들어왔다 가라십니다.
인사만 하고 지날 참인데
서둘러 들어가시더니 아이에게 사탕 한 줌 쥐어주셨지요.
호박덩굴이 고욤나무를 타고 올라 데롱거리는 것도 구경하고
고욤이 말라가는 것도 세다가 옵니다.
옷에는 털진득찰이 잔뜩 붙었지요.
얼마 만에 즐기는 가을길인지요.
한꺼번에 여럿을 데리고 있을 땐 시간표에 엄격하다가
요샌 이러저러 시간을 어른 편의로 옮겨 쓰지요.
그만큼 아이에게 소홀한 날들입니다.
그래도 아이는 자라고 있답니다!
통합수업 ‘곤충이랑’시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식구들이 같이 일을 합니다.
학교 마당 두어 곳이 패여 불편을 주고 있었습니다.
오후엔 자갈을 채우고 흙을 덮어 그곳을 메우고,
여기저기 아이들이 올라타서 난장판을 이룬
고래방의 매트도 정리 한 번 했지요.
장독도 살펴봅니다.
이런, 지난 늦봄까지도 잘 꺼내먹은 효소가
조금 맛이 변해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요리조리 살펴봅니다.
우선 잘 저어주고 종이뚜껑 단도리를 다시 잘 해두었지요.

귀농사랑방모임에서 주말 이틀을 학교 공간을 쓰기로 했습니다.
밤늦게 선발대로 두 사람이 들어와 된장집에서 묵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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