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7.물날. 맑음

조회 수 333 추천 수 0 2024.01.07 10:45:48


정수기 청소.

필터가 있지만 계자 전에는 연결선들을 떼어 내고

바닥의 맥반석이며 다 꺼내 닦고 뜨거운 물로 튀긴 뒤 볕에 바짝 말려서 들이는.

낼부터 흐린다는 소식에다 미세먼지도 넘친다 하기 서둘러.

 

희중샘이 문자를 보내왔다.

계자에 귤을 보내겠다 했다.

장 볼 때 참고하라고. 고맙다.

그의 20대를 물꼬에 바쳐 물꼬가 굴러갔다.

그의 30대는 논두렁으로, 가끔 품앗이로도 움직이는 그다.

여전히 그에 기대는 바 적지 않다.

물꼬의 동지들(당연히 아이들 포함)로 아직 여기 나는 산다.

 

식구들이 영화 <노량>(김한민 감독) 보다.

<명량>, <한산>과 더불어 이순신 3부작이라는.

잘 봤다. 전쟁영화로서 잘 만들었다?

그런데 전쟁영화를 잘 그린다는 건 어떤 걸까?

어떤 식으로든 그 참상을 지울 수 없을.

전쟁을 하겠다는 이들에 별 의미도 가치도 없이 동원되는 그 많은 사람들이라니.

7년의 임진왜란 막바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명군과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내전을 대비하러 집으로 가야만 하는 왜군과

전쟁을 치른 땅에서 이제 어디가 집일 것인지 멀고 먼 조선군.

그 모두의 마음이 헤아려져 아렸다.

전쟁을 치르는 남성들도 남성들이지만

여성들의 삶은 또 어떠했을 것인가.

착잡함이 스미는 속에 영화는 막바지로 가고 있었다.

아쿠, 이 마지막은 무엇이란 말인가.

열도 끝까지 쫓아가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이순신?

일본군의 전투력을 약화시켜 재침략을 막으려는 큰 뜻보다

복수가 더 강해 보인다.

우리 장군님’(하하, 우리 집에서 그리 불린다)이 전쟁광이자 복수자?

그러자니 영화는 길어지고.

감독의 가치관이겠으나 아쉬웠다.

마지막이 베러부렀다!”

대체로들 동의했다.

하지만 안다. 늘 말하기는(평하기는) 쉽다.

애썼다, 저런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함께했을 손발들.

지난 역사를 짚고 오늘을 보려는 시도들,

그리고 우리 삶의 어떤 방향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들, 고맙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56 2004학년도 학부모모임 길을 내다, 3월 13-14일 옥영경 2004-03-14 2178
6555 물꼬 미용실 옥영경 2003-12-20 2173
6554 2007.11.16.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 9구간 옥영경 2007-11-21 2159
6553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157
6552 2007. 6.21.나무날. 잔뜩 찌푸리다 저녁 굵은 비 옥영경 2007-06-28 2154
6551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152
6550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148
6549 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옥영경 2004-06-11 2146
6548 6월 10일 나무날, 에어로빅과 검도 옥영경 2004-06-11 2145
6547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143
6546 100 계자 여는 날, 1월 3일 달날 싸락눈 내릴 듯 말 듯 옥영경 2005-01-04 2143
6545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143
6544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136
6543 2005.11.8.불날. 맑음 / 부담스럽다가 무슨 뜻이예요? 옥영경 2005-11-10 2136
6542 6월 9일 물날, 오리 이사하다 옥영경 2004-06-11 2136
6541 5월 31일, 권유선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04 2133
6540 6월 11일 쇠날, 숲에서 논에서 강당에서 옥영경 2004-06-11 2130
6539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129
6538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124
6537 6월 15일, 당신의 밥상은 믿을만 한가요 옥영경 2004-06-20 212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