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2.쇠날. 맑음

조회 수 1185 추천 수 0 2008.12.26 13:37:00

2008.12.12.쇠날. 맑음


차도 겨울 준비를 시켜줘야지요.
산골살이에선 더욱 그러합니다.
눈이 많고 바람이 유달리 찬 이곳이지요.
영동 사는 이들조차 그 골짝 가면 당장 온도가 다르더라십니다.
부동액도 갈고
이곳저곳 살펴줍니다.
지난 번 산골짝에서 바퀴가 빠진 일도 있었지요.
휠도 챙겨봐 달라 부탁합니다.

읍내 나간 길에 인사도 좀 합니다.
선생님 한 분을 찾아뵙기도 하였지요.
그런데 처지가 바뀌면 다른 편을 살피는 계기가 됩니다.
강의를 참 잘하시고
무엇보다 사람이 따뜻하다는 게
가르치는 이의 품성으로도 얼마나 중요한가 가르쳐주셨던 당신 앞에서
늘 어려워 말까지도 순조롭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물꼬를 처음 찾아왔던 이들을 떠올리게 됩디다.
찾아온 이들이 훗날 더러 그런 말을 했던 적이 있었지요,
어려워서, 무슨 말을 해얄지 모르겠고, 말은 자꾸 비껴가고 그러더라고.
그럴 때 저는 또 “그냥 하면 되지 뭘...” 싶더니
이제 제가 그 처지가 되니
아, 이렇게 어려운 마음이었겠네 싶데요.

오후에는 연탄재를 치웁니다.
활활 타며 난로를 데우고 방구들을 데우고 남은 것들입니다.
텅 빈 것들은 늘
오래 곁에 있었던 외할머니와 무식한 울어머니를 떠올리게 합니다.
당신들 삶이 그러셨습니다.
된장집 뒤 큰해우소 뒤에 쌓였던 것들을
땅을 돋우는 데도 깨고 질퍽이는 데도 깨 넣고 밭가에도 집어넣었답니다.
이제 세상에 없고 한편 멀리 있는 당신들의 삶을
잘 챙겨드리지 못한 회한에 젖습니다,
그러다 일상에 또 잊히고 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782 2015. 9. 9.물날. 맑음 옥영경 2015-10-07 657
1781 2015. 7. 4.흙날. 가끔 구름 옥영경 2015-07-30 657
1780 2015. 2. 2~3.달~불날. 그런대로 맑은 옥영경 2015-02-27 657
1779 2015. 1.16.쇠날. 저녁 비 옥영경 2015-02-13 657
1778 2014.12.26.쇠날. 맑음 옥영경 2015-01-04 657
1777 2014. 9.19.쇠날. 맑음 옥영경 2014-10-16 657
1776 2014. 2.19.물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14-03-11 657
1775 2015. 9.20.해날. 시원하게 맑지는 않으나 옥영경 2015-10-16 656
1774 2015. 8.30.해날. 맑음 옥영경 2015-09-26 656
1773 2015. 8.27.나무날. 소나기 옥영경 2015-09-18 656
1772 2015. 4.12.해날. 흐림 옥영경 2015-05-12 656
1771 2014.10.28.불날. 맑음 옥영경 2014-11-01 656
1770 2014. 6.23.달날. 소나기 옥영경 2014-07-10 656
1769 2014. 4. 4.쇠날. 맑음 옥영경 2014-04-26 656
1768 2016. 6. 3~4.쇠~흙날. 뿌연 하늘, 그리고 비 옥영경 2016-07-06 655
1767 2016. 3.14.달날. 맑음 옥영경 2016-03-31 655
1766 2015. 7.12.해날. 흐리다 비, 그리고 바람 옥영경 2015-07-31 655
1765 2015. 6.14.해날. 아침 쥐꼬리 소나기 옥영경 2015-07-20 655
1764 2015. 5. 8.쇠날. 조금 어두워진 오후 / 11학년 소풍 옥영경 2015-06-24 655
1763 2015. 4.22.물날. 맑음 옥영경 2015-05-30 65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