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7.나무날. 맑음

조회 수 269 추천 수 0 2023.09.28 12:00:09


삼거리밭에 예취기가 돌아갔다.

동네 한가운데 있어서 마을 사람 말고도 다들 아는 밭.

면의 산업계 직원조차, “, 그 밭요.” 하던.

뭘 키우는 건 둘째 치고 풀은 좀 잡아야 하는.

한켠에 무 배추 쪽파가 잎을 내밀고 있다. 망을 쳐놓았다. 고라니는 막아야지.

절반을 쳤고, 내일 이어가기로.

 

이젠 이런 소리를 할 데도 없고, 듣는 사람도 없고...”

평생 소리를 한 이의 한탄이었다.

심청가 가운데 가군의대목.

곽씨부인이 청이를 낳고 세상을 떠나며 유언하는 부분이다.

특히 진양조는 무대에서 부를 일이 퍽 드문 요새 세상의 빠름이라.

평생 먹은 마음이

눈 먼 남편을 봉양하다 혹 남편 먼저 세상 떠나면 초종장사 뒤 따라 죽으리라 했는데,

큰 절들 찾아다니며 사십 이후 낳은 딸을

젖 한번 못 물리고 얼굴도 채 못보고 죽게 된 어미라.

그 소리를 요새 내가 하고 있다. 한다기보다 공부하는 중.

다른 직업을 가진 채 하지만

이걸 업으로 하는 이들의 자리는 갈수록 줄 거라.

어떤 일이나 하면 할수록 그 맛이 깊어질 터인데

소리야 말로 참으로 엄청나다 싶다. 우리 소리(판소리), 참 좋다!

아이들에게 들려줄(가르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기회가 많았으면.

좋은 유산이니까. 예술이니까.

 

비워둔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하는 일이 생겼다. 담양이었다.

습과 벌레와 어둠, 그리고 첫만남.

상황을 잘 모르기도 했고, 챙겨서 나설 상황이 아니었던지라

그곳 가까이에 있는 농협하나로마트에 들렀다.

시골 면소재지 그런 것 하나쯤은 있어 다행.

불을 켜자 방에 있던 도마뱀이 달아났다.

그래도 화장실은 재래식이 아니라 집안에 있더라.

요새 한 집에 냉장고 두세 대가 예사라더니

그 댁에도 김치냉장고까지는 없어도 큰 것 작은 것 두 대가 있었다.

사온 것들을 정리하고, 쓰레기봉투부터 입을 벌려놓아야 했네.

부엌에서 뭘 좀 챙겨먹으려고 하는 순간부터 비닐을 벗겨야 했으니.

멧골 사는 물꼬라 시골에서 쓰레기 처리가 더 어려운 줄 아는 까닭에

돌아가며 그건 다 실어오리라 하고.

포도 한 송이도 비닐, 떡볶이떡 한 봉지도 비닐, 옥수수알 캔, 식수 패트병, 달걀 종이판, ...

한 사람의 저녁이 그러했다.

내일 아침을 위한 것도 아직 있다. 두부 1모를 싼 비닐팩, ...

, 쓰레기들!’

입이 벌어질 만하다.

새삼 생각한다, 다니지 않는 게 생태적이라.

아니면 이래서도 도시락을 싸야.

잠시 놓치면 어느새 쌓이기 쉬운 쓰레기들이다.

그래서 또 말한다, “정신 차려야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96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1955
6495 6월 7일주, 우리 아이들이 한 일 옥영경 2004-06-11 1953
6494 품앗이 여은주샘 옥영경 2004-02-20 1953
6493 124 계자 이튿날, 2008. 1.14.달날. 꾸물꾸물 잠깐 눈방울 옥영경 2008-02-18 1951
6492 39 계자 이틀째 1월 27일 불날 옥영경 2004-01-30 1951
6491 계자 둘쨋날 1월 6일 옥영경 2004-01-07 1951
6490 8월 23일, 류기락샘 출국 전날 옥영경 2004-08-25 1949
6489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1944
6488 2009. 7.13.달날. 지난 밤 큰비 다녀가고, 두어 차례 더 옥영경 2009-07-30 1941
6487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1941
6486 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옥영경 2009-01-09 1937
6485 12월 21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2-22 1930
6484 124 계자 사흗날, 2008. 1.15.불날. 맑음 옥영경 2008-02-18 1925
6483 6월 15일,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20 1923
6482 4월 10-11일, 밥알모임 옥영경 2004-04-13 1922
6481 122 계자 여는 날, 2007.12.30.해날. 눈 옥영경 2008-01-02 1920
6480 아흔 다섯 번째 계자, 6월 25-27일 옥영경 2004-07-04 1920
6479 2005.12.19.달날.맑음 / 우아한 곰 세 마리? 옥영경 2005-12-20 1917
6478 10월 13일 물날 맑음, 먼저 가 있을 게 옥영경 2004-10-14 1916
6477 39 계자 닷새째 1월 30일 옥영경 2004-02-01 191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