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31.불날. 맑음

조회 수 281 추천 수 0 2023.11.12 23:01:24


경남 진영에서 예정하고 있던 강연 일정이 1111일이었더랬다.

출판사와 북카페를 비롯한 문화공간을 꾸리는 곳.

해당일에 출판사에서 오랜 시간 준비한 책이 출간되게 되어

일정을 다시 조율하자는 소식이 들어와 있다.

해마다 1115일부터는 겨울90일수행에 든다.

그렇다고 일정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가능하면 그 전에 이번 학년도의 바깥움직임들을 최대한 정리하려는.

언제로 또 날을 받아야 하나...

 

가을은, 국화만한 게 없다 싶다.

학교에서도 나고 피고는 것도 있지만

해마다 가을이면 얼마쯤의 국화 화분을 들인다.

10월에 하는 일이 올해는 좀 늦어져 기분만 내듯 두셋만 들이자 했는데,

덤으로 작은 것들이 딸려왔다.

큰 건 학교 본관 현관에 두고(땅 얼기 전 이것도 화분을 벗겨 옮겨 심을 것이다),

작은 것들은 달골로 올려 들머리에 심었다.

그곳에 가서 일할 땐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같이 한다’,

너른 물꼬 살림을 꾸리는 방법 하나.

올라간 걸음에 햇발동 데크 화분들을 돌보고,

부엌 창밖 개나리 무더기를 가위질하여 키를 낮췄다.

햇발동 데크 곁의 환풍 기둥을 타고 올라 무성하게 가지를 뻗친 마삭줄도 다듬다.

예취기에 걸리거나 오래돼 넘어진 길가의 곳곳 솔라등들도 바로 세워주고.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역사의 한 때 피해자는 그렇게 가해자가 되었다.

양측 간 무력충돌은 날로 깊어가는데 국제연합은 무력하기만 하다.

국제 협력을 증진하고 세계평화를 유지한다는 국제기구 유엔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국가 간 연합체이지만

전 세계 여러 분쟁에서 실질적 중재자 역할을 못한지 오래.

유엔의 실질적 핵심기관인 안보리에서

5개 상임이사국은 자국 이권으로 거부권을 남발하거나 무관심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만 해도

러시아군의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가 러시아의 거부로 무산됐고,

국제법 제네바협약에서

전쟁에서 전투력을 잃은 군인 포함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살상을 금지하지만

가자지구의 교회와 병원에 폭탄이 떨어지고

아이와 여성과 노인, 교전과 무관한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는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이 전쟁에서 날마다 400여 명의 아이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고.

공공연한 국제법 무시에 국제사회는 무능하기만.

각 나라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그나마 전쟁지구 민간인들에게 도움이 좀 되지 않을까 싶은데,

포털에서 관련 기사가 노출되기도 드물다.

결국 개인이라도 관심을 갖고 뭔가 할 일을 찾아나가야.

발아래 닥친 현안들로 무거운 국내 상황에 먼 이국 남의 사정까지 오지랖?

아니다.

우리는 일본 식민지배의 피해자이면서 베트남에서는 가해자였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혐오가 저들이 우리의 일자리와 안전을 위협한다는 정당 논리를 갖지만

그렇다고 그들에 대한 혐오 혹은 가해가 옳은 건 아니다.

여성인권이 남성인권의 역차별을 부른다지만

여성이 역사적으로 당해온 차별을 바로 잡으려는 시도를 제대로 보아야 한다.

오늘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 문제 혹은 비극에 균형을 갖고 그것을 해결하게 하는 길이 되기도 할 거라.

오늘도 세상을 보려는 시도는

그것이 스스로 무기력해지지 않는 길이고,

나아가 뭐라도 손을 보태 비극을 넘으려는 노력에 줄을 서는 것일.

하여 오늘도 가자지구 기사 몇 줄 찾아 읽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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