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30.해날. 아침, 엷은 안개

조회 수 1178 추천 수 0 2011.11.11 17:36:40

 

여러 날이 지났네요.

강아지들이 눈을 떴습니다.

하나(세 마리 가운데 첫째)가 보름 만에 떴다 하니

23일께였던 듯합니다.

그런 것 참 신비하지요,

때가 되면 하는 거.

철(discretion?)도 그런 범주이면 좋으련,

깨달음이란 것도 또한.

 

오랜만에 산골서 맞는 해날 아침입니다.

이달에 계속 서울서 해날 아침을 맞았나 봅니다.

시간 널럴하니 대배를 하며도 느리고 또 느립니다.

선정호흡도 좀 해보자고 앉았는데,

자꾸 다른 생각들이 끼어드네요.

때로 시간에 쫓기듯 하는 게 긴장을 만들어

외려 제대로 하게 한단 생각이...

 

배추밭 무밭을 살핍니다,

떨어져 내린 낙엽들도 긁어내고.

올 마지막 농사이지요.

아하, 마늘도 놓아야합니다, 참.

마늘밭을 먼저 패야는군요.

 

식구들이 오랜만에 여유롭게 풍성한 밥상으로 앉습니다.

하룻밤 집을 비울 거라 식구들을 위한 찌개와 반찬도 필요했지만,

주말마다 서울 달려가야 해서 서둔 흙날 아침이었더랬거든요.

오랜만에 서울서 온 기락샘도 앉았지요.

“마누라가 기다리는 집에 들어가는 게 소원인데...”

그러면서도 물꼬 일을 하는 아내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그의 이 간절한 바램은

늘 외면돼 왔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자주

‘가장 소중한 사람인데 그 소원을 못 들어주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헌데, 물꼬가 이리 좋으니,

물꼬 일이 아직 그 가치를 지닌다 싶으니,

게다 산골이 이토록 좋으니 참...

 

낼 일정 하나 있어 서울행.

라디오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역전(?)의 가수를 영동역에서 마주쳤습니다.

98년 벽두이던가요,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새해특집으로

윤구병 선생, 고병헌선생이랑 함께 대안교육에 관한 대담을 한 일 있었지요.

그런데, 녹화 전 너무 시끄러운 그의 분위기가

(아침방송이라 입도 움직여야 하고 나름 준비작업이었을 테지요)

당시의 제게 퍽 실망스러웠습니다.

중고등학교 다니며 너무나 즐겨 불렀던 그의 노래로

그만큼 좋아했던 가수였으나

이후 라디오 장수 프로그램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영 편치가 않았지요.

그리고 오늘 그렇게 만났던 겁니다.

다가가 인사했습니다.

여느 때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입니다.

유명인, 굳이 앞에가 인사하고파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뭐랄까, 연민이 이는 겁니다.

그렇게 굳이 못마땅해 하던 자신에게도 미안함이 일었던 거지요.

사람 못마땅해 하는 거, 그거 결국 자기를 또 못살게 구는 하나일 수 있으니까.

그는 더 늙었고,

저도 늙었습디다려.

 

아, 광평농장에서 사과즙을 실어오는데 단감도 나눠주셨습니다.

(옥샘이 좋아하더라고 이곳저곳 소문이 난 아보카도는

아열대성이라 여름에는 잘 안 먹는다 하였더니

대신 요새는 역시 또 좋아한다는 단감들을 그리 나눠주신다지요.)

아이가 열두 살, 열세 살을 주에 한 차례 그곳 머슴으로 갔더랬습니다.

말이 머슴이지요, 말이,

애 하나 갖다 맡긴 거였지요.

그 연으로 사과 키우는 일에 힘(별 하는 일이 없는)을 보탠답니다.

그리고 낸 사과즙을 열심히 이곳저곳 나누거나 팔지요.

유기농사과즙 사셔요!

 

이 아침도 해건기기야 했습지요;

기본호흡, 대배 백배, 선정호흡.

아, 국선도 기본동작도 오늘은 더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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