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5.해날. 맑음

조회 수 330 추천 수 0 2023.03.26 12:50:42


글을 좀 더 밀도 있게 쓰리라 작정한 아침,

몸을 풀고 책상 앞에부터 앉았다.

작은 글도 함량을 높이리라 하고.

그러자면 부지런해야 하리.

나는 더 읽고 더 쓰려 한다.

밀도 있는 날도 오리.

 

아침뜨락 옴자에 남아있던 마른 검불을 긁었다.

수선화가 힘차게 오르는 중이고,

샤스타데이지는 땅에 붙어 푸른빛을 내고 있었다.

겨울은 거치나 이맘 때는 꼬리를 내릴 밖에.

지느러미길에서 맨 위 밥못으로 이르는 물관을 연결했다.

겨우내 끊었던 물이다.

물이 힘차게 올랐다.

다른 쪽으로 이어놓은 물 호스 하나는 예취기에 상처 입었던 부위가 약해져 그예 물이 샜다.

당장 쓰지 않는다고 이건 다른 날로 넘긴다.

겨울은 그렇게 흔적을 남겼다.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봄이 왔고, 고치면 되니까.

마침내 봄 왔다.

햇발동 청소.

아이가 온다. 태어난 아이가 온다. 이 시대에도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 엄마의 어릴 때를 안다. 그가 자라는 시간을 보았다.

새끼일꾼이 되고 품앗이가 되고 직장인이 되고,

연애를 하고 혼례를 올리고, 그리고 출산을 두 달 앞두고 다녀갔다.

지난 섣달 아이는 무사히 세상으로 나왔다.

 

저녁밥상에 대여섯 앉았다.

모이고 생각을 나누는 일이 좋다.

규명샘이 물었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무엇이라 보는가 하고.

귀차니즘 한 면 아닐까?

우리는 누구를 위한 작은 헌신에 게을러졌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그런 시간을 요하니...

보다 자신이 귀해져서도.

그건 어떤 면에서 또 긍정적이기도.

우리, 우리 자신이 원하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어야.

생이 뭐라고. 내 생 내가 마음 좋았으면 싶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 교육에 대한 생각을 좀 바꿔보는 건 어떨까?

결국 가치관 문제겠네.

사람 키우는 데 그리 많은 게 들지 않음.

질문한 이의 의견은

애 키우는 데 얼마가 든다 언론이며 주위에서들 하도 말들 많으니

아예 엄두를 못 내는 것 같다고.

행복하다는 희망이 있어야 출산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싶다.

인생 전반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어떻게 내일을 꿈꾸겠는지.

 

밤이 아주 깊었다.

달이 휘영청 밝았다. 내일이 보름.

반달만 되어도 훤한 멧골이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298 2006.5.24.물날.맑음 / 봄밤의 밤낚시 옥영경 2006-05-25 1607
6297 9월 3일 쇠날, < 벌레, 너는 죽었다! > 옥영경 2004-09-16 1607
6296 7월 11일, 성학이 나들이 옥영경 2004-07-20 1606
6295 2월 5일 흙날 맑음, 102 계자 닫는 날 옥영경 2005-02-10 1605
6294 노트북컴퓨터 바뀌다 옥영경 2004-05-08 1603
6293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셋 옥영경 2004-04-28 1603
6292 4월 21일 문열던 날 풍경 - 하나 옥영경 2004-04-28 1603
6291 2월 1일 불날 갬, 102 계자 둘째 날 옥영경 2005-02-03 1601
6290 8월 14-5일, 밥알모임 옥영경 2004-08-18 1600
6289 6월 15일 불날,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19 1599
6288 5월 27일, 손말 갈무리 옥영경 2004-05-31 1598
6287 2007. 5. 2.물날. 맑음 옥영경 2007-05-14 1597
6286 꽃상여 나가던 날, 4월 13일 불날 옥영경 2004-04-27 1597
6285 [바르셀로나 통신 15] 2018.12.21.쇠날. 맑음 / 도시 이야기; 바르셀로나 옥영경 2019-01-09 1595
6284 6월 23일, 책방에 더해진 책 옥영경 2004-07-04 1595
6283 111계자 닫는 날, 2006.8.5.흙날. 기가 꺾이지 않는 더위 옥영경 2006-08-08 1594
6282 6월 22일 기록에서 빼먹은 옥영경 2004-07-15 1594
6281 물꼬 홈페이지를 위해 오셨던 분들 옥영경 2004-02-02 1593
6280 5월 18일, 5.18과 아이들 옥영경 2004-05-26 1591
6279 2008. 5. 6.불날. 맑음 옥영경 2008-05-20 159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