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13.달날. 맑음

조회 수 390 추천 수 0 2023.04.04 23:57:05


아침기온 영하 6. 꽃샘추위.

햇발동에서 나와 있던 큰 화분을 다시 들였던 간밤이었다.

 

어른의 학교에 오시는 어르신 한 분,

지역에서 오랜 인연이고,

달골에서 있었던 한 공사에는 지역에 뿌리내린 당신 힘을 빌리기도 했던.

남편 분이 말기암 투병 중이었고,

부부가 물꼬에 와서 수행하고 좋은 먹을거리 챙겨 지내셨으면 했는데,

겨울이라 선뜻 오십사 못했다.

설명도 어려운 모진 추위에 편찮으신 몸이 더 고단할까 하여.

사실 이곳 일정도 여의치가 못했고.

대신 여러 곳을 알아보고 상황을 살펴 전해드렸는데,

그곳으로 가보기도 전에 서울 병원에서 마지막 선고를 받으셨네.

이제 지역 병원에서 임종을 기다리게 되었다는 소식.

낮은 목소리의 아내 분이 말했다,

이번 달을 넘기기 어려울 듯하다고.

여러 해 앓아왔고, 이미 슬픔도 지나와

목소리는 담담했다.

가는 사람은 가고 사는 사람은 사는 게 또 사람의 일.

누우신 분은 통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한다지만

병상을 지키는 이는 어떻게든 또 먹어야지, 덩달아 없는 입맛이라지만.

몇 가지 찬을 챙겼다. 밥상 한 번 차려드린다는 생각으로.

별것도 없는 멧골 찬, 그래도 달래도 있고 냉이도 있고,

마침 어제 김장독을 정리해 겨울난 묵은지도 좋고,

식구 하나 생일상을 차리느라 미역국도 있었네.

달래고추장무침이며 냉이된장국이며 김치찜이며 볶음김치며들을

조금씩 쌌다.

들어왔던 일회용 용기가 이럴 때 또 잘 쓰이네.

가방에 담고 보니 뭐라도 하나 더 넣자 싶어

나가던 걸음을 멈추고 달래를 넣은 달걀말이도 한 줄.

받고 갚고, 마음이 오고 가고, 사는 일이 그러하다.

우리 신랑 가고 나면 옥샘이 나 좀 케어해줘야 해!”

아내 분이 말했다.

양쪽 다 중년의 나이에 새로 만나 짝을 이뤄 서로 잘 기대고 사셨다.

떠나는 이의 회한보다 사는 이의 두려움이 더 깊을지도 모른다.

간간이 뵙겠다.

 

갑자기 바빠진 아침이었다.

3월 일정이 빼곡이 차있는데,

그걸 비집고 열흘 일정 하나가 들어서려 하고 있었다.

거기에 이곳 형편을 맞춰야 하는 상황.

원래는 4월에나 있을 일이었는데, 툭 치고 들어와 버린.

그러자니 밀고 당기고, 그리고 각각의 일정에 연락을 하고 조율하고.

휴우, 정리되었다.

그나마 셋째 주의 집중수행이나 마지막 주 주말학교(빈들모임)가 없는 달이어 다행했던.

두어 가지 해야 할 결정은 좀 당겼다.

달골 아침뜨락의 옴자 울타리로 쓸 말뚝과 밧줄도 최종 하는 쪽으로 결정을 하여

견적을 받고 주문.

들여오는 시간은 이곳 움직임을 봐서

3월 말이나, 4월은 돼야 작업이 가능하지 않을지.

명상돔 바닥에 깔 모래도 들이기로 했다.

창고동 뒤란 흙을 퍼다 바닥 전체에 펴서 깔았고,

그 위로는 모래를 놓으려는.

그것도 3월 마지막 주에나.

모래 종류도 여럿인 걸 또 알게 되었네.

내일 들러 모래를 확인해두고 주문 넣기로.

“1, 2만원은 더 받아야...”

무엇이라도 마을까지 들어오는 가격에다 늘 그리 더 붙는 운반 혹은 운송비.

깊은 골짝 사는 까닭이라.

 

내일 먼 길이다.

가봐야 일정이 명확해질 것이다.

상담은 메일 혹은 전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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