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26.물날. 갬

조회 수 277 추천 수 0 2023.05.31 23:57:23


학교 울타리 경사지에 죽어 있는 나무 몇을 베기로

교육청과 면사무소가 나섰다.

지역의 조경업체가 일을 맡아

이장님과 조경업체에서 현장을 보고 갔다.

누가 일을 할 것인가, 약간의 씨름이 있었고,

예산 부족으로 벌목 후 수목을 잠시 폐교 부지 내 보관이 필요합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교육청에서 온 문자였다.

학교 본관 뒤란에 쌓기로 하다.

쇠날 아침 7시 작업을 하기로 했고,

이장님도 오셔서 작업자들에게 상황 안내하기로.

뒷마을 댓마로 가는 길에 가지가 늘어져 통행에 불편을 주는 가지들도 치기로 한.

교육청에서는 위험목이라고 칭했고,

이장님은 고사목이라 말하고,

우리는 죽은 나무라 일컫네.

 

나는 여기 왔는데 그는 거길 갔다.

벗이 사는 동네에 갑자기 일이 생겨 갔던 걸음인데, 벗은 내가 사는 동네를 가 있었다.

낮에 전화가 오고가는 두 사람이 아니었다.

일단, 뭔 일이 있는 거 아님!”

벗이 놀랠까 천천히 이 문장부터 읊어야했더라.

어제 오후 부산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이제는 세상을 떠난 허주당 보원스님이 1998년부터 경주에서 보림선원을 열어

소림쿵푸와 중국 황궁다법을 전해왔다.

나는 당신 살아생전 마지막 제자였던.

경주를 거점으로 하다 보니 영남 지역이 황궁다법 강세권.

그러나 이제 스님도 떠나시고, 다법을 이었던 이들도 거개 사라진.

20년을 넘게 황궁다법을 이어왔던 이조차 활동을 접고 있었더라.

황궁다법에서 쓰이는 도구들조차 구하기 쉽잖은.

다법에 쓰이는 다림팔사(차 숲의 여덟 선비?)라면

배사(집게), 다합사(차시), 다엽궁사(차호), 다수사(차칙), 풍사(거풍걷개), 주수자(물주전자), 슬건(다건), 화로.

부산행에 옻칠한 배사는 구했으니 다합사 다수사 풍사는 만들어 쓸.

스님 살아계실 적 보림선원 뒤란의 대나무를 베 다수사를 만들어드리기도.

대나무들을 좀 챙긴다.

 

논두렁 은식샘이 다녀가다.

이번 걸음에는 전동가위며 원형톱이며 이동식 목공 작업대를 내려주었다.

새가 모이 물어오듯 목공 관련 도구들을 하나씩 들여주시네.

커피공장을 꾸리는 이라 커피도 꼭 챙겨주시는.

커피를 손으로 빻는 걸 보고는

지난겨울엔 커피 전기분쇄기를 보내주시기도.

덕분에 좋은 커피향이 채워지는 가마솥방이었더라.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322 2007. 5.23.물날. 맑음 옥영경 2007-06-03 1612
6321 10월 26-8일, 혜린이의 어머니 옥영경 2004-10-30 1611
6320 98 계자 나흘째, 8월 19일 나무날 잠시 갠 비 옥영경 2004-08-22 1609
6319 6월 7일 달날, 한국화 옥영경 2004-06-11 1609
6318 119 계자 닫는 날, 2007. 8. 3.쇠날. 소나기 옥영경 2007-08-10 1607
6317 3월 28일 달날 거치나 차지 않은 바람 옥영경 2005-04-02 1607
6316 3월 31일 나무날 대해리도 봄입니다 옥영경 2005-04-02 1603
6315 11월 17-9일, 건축학과 양상현샘 옥영경 2004-11-24 1603
6314 2006.11.24.쇠날. 속리산 천황봉 1,058m 옥영경 2006-11-27 1602
6313 2월 27일 해날 맑음, 포도농사 첫 삽 옥영경 2005-03-03 1602
6312 111계자 나흘째, 2006.8.3.나무날. 덥다 옥영경 2006-08-07 1600
6311 12월 9일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4-12-10 1599
6310 109 계자 사흗날, 2006.1.22.해날. 맑음 옥영경 2006-01-23 1598
6309 9월 3일 쇠날, < 벌레, 너는 죽었다! > 옥영경 2004-09-16 1598
6308 7월 14일, 그 놈의 비 땜에 옥영경 2004-07-20 1597
6307 2월 5일 흙날 맑음, 102 계자 닫는 날 옥영경 2005-02-10 1596
6306 128 계자 이튿날, 2008.12.29.달날. 구름 걷어내며 해가, 그러다 싸락비 옥영경 2009-01-02 1595
6305 2007. 2.22.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7-03-04 1594
6304 123 계자 여는 날, 2008. 1. 6.해날. 맑음 옥영경 2008-01-10 1593
6303 7월 11일, 성학이 나들이 옥영경 2004-07-20 159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