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17.흙날. 맑음

조회 수 375 추천 수 0 2023.07.24 16:37:14


학교 중앙 현관 처마 아래 손가락선인장 꽃이 폈다.

꽃이 피는 일은, 세상이 펴지고 마음이 펴지는 일.

다른 좋은 일을 달고 오지 않아도 온 세상이 환할 지라.

삶 구석구석 우리를 살리는 일이 이다지도 많은.

 

학교랑 달골의 다육이들 분갈이.

얼마쯤 새로 들어오기도 했고.

달골도 그렇지만 학교의 것들은 겨울을 나며 거의 연명 수준.

엎어서 뿌리를 잘라주고 흙을 다시 넣고,

새로 큰 화분으로 옮기지는 않고 뿌리를 갈라주기만.

손에 잡은 김에 부엽토도 잘 섞어 실하게 하면 좋으련

또 그만큼은 손이 못 갔네...

달골 것들은 돌보는 일에 주력.

젓가락이나 가위로 화분의 잘디잔 풀들을 뽑아주거나 하는.

학교 뒤란 늘어진 나뭇가지들을 좀 치고.

 

이 맘 때는 재봉질도 많다.

오늘은 정련해두었던 면을 꺼내 커피여과기를 두어 개 만들다.

연어의 날에 사람이 많으니 기다리지 않고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게.

얇은 거라 네 겹이 되게.

마름질도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종이여과기가 본이 되어주어서.

하는 결에 더 만들어두지 하지만

그것도 일이라고 시간을 뺄 때가 아니네 했다.

 

연어의 날 마감하다.

준비하는 이들을 빼고 서른.

원래는 그들까지 포함해서 서른이었으나 그러기엔 너무 아쉬운.

그래도 물꼬에서 어른들이 모이는(아이들도 오지만), 일년 가운데 가장 큰 행사인 걸.

이날 덕분에 못해도 한 해 한 차례는 소식들을 주고 받네.

오지 못해도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또 점검하는.

열심히 살겠노라 다짐하는.

 

늦은 밤 책상 앞에서는

와 있던 퇴고 원고를 보고서 넘기고...

 

, 사이집 책장을 칸칸이 닦다. 3백여 칸쯤 되던가...

그간에는 보이는 앞만.

오늘은 물건을 다 들어내서.

한 해 한 번은 그리 하자 하고.

벗이 와서 묵는 곳이라 그를 맞이하는 일이라 하고.

옷장 정리의 즐거움 그것처럼 흥겨운 걸레질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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