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21.물날. 비 살짝

조회 수 363 추천 수 0 2023.07.24 16:55:12


뻐꾸기 소리 멧골을 채우는 하지의 이른 아침이었다.

도둑비 다녀간 밤이었다.

하늘 무거우나 상쾌한 아침,

수행을 마치고 아침뜨락으로 나갔다.

명상돔 앞 골라놓은 땅에 고라니 한 바퀴 돌고 갔다.

심은 게 없으니 파다 말고 떠난 그들.

아이구야, 어제 수련 물동이를 철사망으로 덮어놓지 않았다면

홀라당 뜯어먹어버렸겠구나.

어제 일했던 자리들을 돌아보다.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아니 되었는가...

 

달골 대문은, 지난번 컨테이너 실어오던 크레인 차가 기둥에 걸리는 바람에

그 기둥 자르고 다시 붙였더랬다.

그때 나무 대문을 붙잡고 있던 굵은 철사줄을 끊었는데,

미루고 있는, 아니 일이 밀리고 있는 사이 대문이 더 기울어져 있었다.

오늘내일 그걸 이어야겠다.

햇발동 창고동 뒤란 언덕 위 베어내린 나무 몇 가지를 끌어다 언덕 풀섶으로 눕히고,

해야 할 다음 작업을 구상하다.

장갑을 끼고 들어가면 두어 시간 앉아버리니

그리 안 하겠다 장갑을 끼지 않고 들어가지만

결국 맨손으로 이리저리 또 손을 대고 나오게 되는.

 

비덴스와 마가렛 꽃모종이 들어온 게 있어 화분들에 심고,

창고동 앞이며에도 심었다.

오늘은 햇발동 베란다와 창문들을 닦기로.

간밤 내린 비로 적셔놓은 거라 어쩜 그리 또 날은 적절한가 좋아라 하면서.

계단창만 닦으려던 것을

일이란 손을 대면 자꾸 커지기 마련.

창이 많은 집, 돌아서면 또 창이 보이고,

이참에 집을 돌아가며 온 창문 바깥을 다 닦았더라.

, 이중창은 먼지가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뿌연 변화였네.

지난겨울과 봄을 지나며 2층 복도에서 수행을 할 적

내 올 여름에 그예 저 뿌연 창을 닦고 말리라 했고,

이리 닦았지만 그걸 해결은 못한. 하지만 먼지를 닦았네.

베란다들 문틀도 초벌 청소, 재벌 청소, ...

발이 잘도 맞고! 하기야 우리가 이걸 몇 해째 같이 이러고 있던가.

그 사이 틈틈이 달골 이불을 챙기는 걸 잊지 않고.

 

사는 일이 참 좋다.

벗 있고, 일 있고, 올 벗들 있고,

한 생 잘 살았다.

나누겠다, 이 생에 받은 것 너무 많아, 마땅히!

 

(... 그런 일이 있었다. 갑자기 늘 쓰는 학교 통장 비번이 생각이 나지 않았던농협기업뱅킹.

, 이런 순간이 늘어날 테지두려움이 엄습.

잘 기록해두기. 덜 잊히려 애쓸 것.

그리고 잊히는 것들을 편하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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