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24.달날. 비 갠 오후

조회 수 390 추천 수 0 2023.08.05 02:30:26


밤새 잠으로 빗소리가 들었다.

아침만 해도 창대비 소리가 잠을 흔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아침수행도 밀쳐두고 나갔다.

아침뜨락에 들어 밥못에서 달못으로 내려오는 두 물관 가운데

밥못 바닥과 연결된 밸브를 잠그다,

밥못이 넘쳐 다 열어두었더니 바닥을 보이려 하기.

이것을 열고 닫으며 장마를 지나가고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금세 또 찰 것이니 그땐 또 열어두기.

 

면사무소 다녀온다.

새로 물꼬 영역으로 들어온 삼거리집’(일단 이리 부른다)에 딸린

5백여 평 되는 밭을 빌려 콩을 심었다. 좀 늦게 심긴 하였으나,

새들이 쪼아 먹고, 그나마 떡잎 난 것도 고라니가 온통 끊어먹었던.

마을의 한 형님 댁은 세 차례나 콩을 놓았다지.

우린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네.

그 밭도 농지대장을 만들어야 해서 서류 처리하러 다녀오다.

간단하게 몇 자 쓰면 되는 줄 알고 5시가 넘어 갔다.

...

내 사정과 형편이 있다면 그의 사정도 있을 테지.

6시가 다가오고 그들은 퇴근이 앞일 테다.

미안한 마음이. 내 일만 바빠 가지고는 그리 여유 없이 갔고나...

 

이번 계자 품앗이샘들 자리가 성기다 소문냈더니

여러 샘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시간들을 밀고 당기고 있었다.

아리샘도 출장 가기 전 며칠을 냈다고 연락을 해왔네,

저마다 삶이 있고 살아낼 일들이 있을 것을

모다 고맙다.

그렇게 물꼬는 또 여름을 건너간다.

 

신위를 2개 만들게 됐다. 간밤에 하다가 멈춰둔 일.

뭐가 필요하다고 살 생각도 잘 안하지만 바쁘게 쓸 일 있어.

두텁고 빳빳한 종이로 만들었다.

받침대 위로 살짝 기울기를 주었다.

나무처럼 칠도 하였네. 설핏 보면 나무같이도 보이는.

이런 것도 작은 자립의 삶 같아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134 2022. 3.23.물날. 맑음 옥영경 2022-04-22 357
6133 2022.11. 2.물날. 맑음 옥영경 2022-11-28 357
6132 2023. 6.16.쇠날. 맑음 옥영경 2023-07-24 357
6131 2020. 4.22.물날. 가끔 해를 덮는 구름 옥영경 2020-08-04 358
6130 2020.12.25.쇠날. 해 옥영경 2021-01-15 358
6129 2021. 4.21.물날. 맑음 / 이레단식 회복식 사흘째 옥영경 2021-05-14 358
6128 2021. 7. 6.불날. 비 옥영경 2021-08-03 358
6127 2021. 9.25.흙날. 예보 없던 가랑비 옥영경 2021-11-24 358
6126 2020.12.22.불날. 잠깐 해 옥영경 2021-01-15 359
6125 2021. 3.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1-04-27 359
6124 2021. 3.27.흙날. 비 옥영경 2021-04-27 359
6123 2021. 6.20.해날. 맑음 옥영경 2021-07-12 359
6122 2021. 6.28.달날. 맑음 옥영경 2021-07-26 359
6121 2021. 8. 4.물날. 갬 옥영경 2021-08-12 359
6120 2021.10.19.불날. 정오께 한 차례 비 옥영경 2021-12-09 359
6119 2021.11.14.해날. 가끔 생각난 듯 지나는 구름 / 지금은 엉터리가 아닌가? 옥영경 2021-12-22 359
6118 2022. 4.28.나무날. 흐림 옥영경 2022-06-09 359
6117 2021. 3.11.나무날. 흐림 옥영경 2021-04-22 360
6116 2021. 3.12.쇠날. 비 옥영경 2021-04-22 360
6115 4월 빈들 닫는날, 2021. 4.25.해날. 맑음 옥영경 2021-05-14 36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