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다.
빨래 건조대를 꺼내 먼지를 털고 행주며 걸레며 수세미들이며를 널었다.
담양의 한 한옥에서 맞은 아침이었다.
찻방을 치워내고 마당의 수반에 물을 채웠다.
차를 달였다.
소리꾼들이 왔다.
한 분은 모임 때마다 번번이 김치며 반찬을 챙겨온다.
여름 끝물의 고구마순이며 열무며 깻잎이며들이 맛나다.
그리고 또 남도의 김치를 얻어온다.
그곳 말로 ‘징허게 개미지다(게미지다?)’는 김치.
맛나다라는 의미로는 모자란다.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당긴다? 맛이 깊다?
볕 좋은 마루에서 소리 연습을 하고,
차를 달여 마시고,
밥을 해서 먹고 돌아왔다.
고속도로에서 두 차례나 사고를 목격했다.
한 번은 그 현장이 채 치워지지 않아 차량 세 대가 찌그러진 걸 보기도.
사람의 일이란, 별일 없음이 자주 고마운.
그대, 안전하시라.
오는 길에 속리산 아래 들렀다.
벗이 저녁밥을 내놓았다. 식당이었다.
산채비빔밥을 먹는데, 퍽, 병의 뚜껑이 열리며 고추장이 쏟아졌다.
몇 걸음 곁에서 그걸 보았던 일하는 친구가 다가왔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밥)다시 가져다 드릴게요.” 했다.
몸에 밴 친절이었다.
그냥 먹겠다 했다. 밥을 한 공기 더 가져다주었다, “짤 텐데...” 하며.
다시 그곳을 갈 일 있다면 그 식당을 가지 싶다.
기분 좋은 친절이었다.(하기야 친절이란 게 대체로 ‘기분 좋음’을 불러일으키네)
다시 찾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