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0 일어나 모아놓은 짐을 가방에 넣기 시작하다.

05시 집을 떠났다.

10시에는 오색에 도착하마 했더랬다.

10일인 내일 갈 예정이었으나 하루 일찍 들어갔다.

양양 장날 때문이었다.(4일과 9, 오일장)

구십 노모를 모시고 장에 같이 가자고 했던 바.

10시께 도착은 했으나 오목산장(이라 하기로 한다)에 들어 상황을 살피고

오색으로 향하다.

이번 걸음은 산오름은 아닌, 베이스캠프를 정리하려는.

 

노모를 모시고 장에 가다

작년과 재작년 설악산 프로젝트를 하며 맺은 인연이다.

퍽 큰 장이다.

천변에도 주차장이 있지만 주차가 쉽잖다.

시장 가까이 유료주차장에 넣으려고도 했으나 만차였다.

몇 바퀴를 돌고 겨우 주차를 하고

노모의 장보시는 걸음을 쫄래쫄래 따라 다니다.

같이 사는 아들이 자리를 비운 얼마쯤이다.

반나절쯤 그리 모시고 식사도 대접하기로 했던.

당신이 차려주신 밥상이 여러 차례였더랬다.

밥을 사드리려 했다.

그러나 딱히 맛난 것도 없다는 당신인 데다 나 역시 바깥음식을 잘 먹지 않는 사람.

집에 가서 먹으까?”

하여 댁으로 가서 막 산 가자미조림과 산에서 주워왔던 도토리로 만든 묵무침과...

, 거창한 한정식이 부럽잖은 밥상이었더라.

거기 마가목주도 한 잔씩 곁들였다.

안마를 해드리고 잠이 드신 당신을 뒤로 하고

미리 챙겨주셨던 묵을 들고 나왔다.

 

설악산 드나드는 데 쓸 베이스캠프를 하나 마련했더랬다.

따로 집을 지었거나 구했다는 건 아니고

그저 비어 있는, 등기도 없는 집을 써온.

큰길로는 우체통까지 내 이름을 달아 걸어놓은.

벌써 이태가 되었던가.

이름하여 오목산장. 오목골에 있어서.

큰 길에서 1km도 안 되는 곳, 그야말로 오목한 골짝.

거친 바람에도 그곳은 고요하게 잠긴 곳.

지난해 가을 저 너머에서 들리는 커다란 소리가 폭포 물줄기인가 했더니 바람이었더라고.

전라도에서 단신으로 피신(?) 왔던 1922년생 한 할아버지가 홀로 살다

2011년에 돌아가시고 비어있는 집.

조카가 있어 집을 고쳤다고도 하더라만 더 이상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없는.

그 앞에서 야영을 하다 지난해는 집안으로 들어가 불도 때고 치웠다.

 

지난번 걸음에 두고 간 침낭도 있었지만 그 상황을 몰라(벌레가 집을 지었을 수도 있으니)

다른 침낭을 챙겨도 갔다.

집 뒤란의 샘을 치고 호스부터 연결해 부엌까지 물을 들였다.

물 철철 넘치다.

물 있으면 다 된 거지.

커다랗고 너른 고무 물통에 고추도 참외도 우유도 물병도 띄우고

물이 떨어지는 아래에 반찬통도 두다. 냉장고였다.

샤워도 하고. 얼음 될 뻔하였네.

밤에는 마당에도 불을 피우고

처마에 등을 달아 처마 아래 기단에서 밥을 먹고,

폭포 아래 마냥 소리 연습을 하다가

이른 잠을 청하다.

, 이번에는 예취기까지 실어왔다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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