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밤을 설악 오목산장에서 묵고 나서다.

설악산 드나들 때 베이스캠프로 삼으려는 오목골.

번번이 민박이나 펜션에서 묵거나 산의 산장에서 자거나 했더랬다.

이번에는 짧은 걸음인 데다 산을 오르는 것도 아니었고,

산장 삼은 곳을 돌보러 간 걸음이라

오롯이 오목골에서 묵었다.

샘을 쳐서 호스로 부엌까지 연결해서 썼고,

나오면서 다시 호스를 빼서 나무에 걸쳐두고 오다.

문을 잘 여며두고,

다시 두 번에 걸쳐 짐을 큰길로 내리다.

밤나무숲을 지나던 차 밤이 좋기

묵을 나눠주셨던 오색의 어르신 댁에서 가져왔던 찬통을 채워 돌려드리다.

 

양양에서 남대천 거쳐 현북면 법수치리로 길을 잡다.

오래전 벗이 그께를 들먹였더랬다. 59번 국도.

전남 광양에서 강원 양양까지 내륙 산간을 남북으로 관통하며 폭이 좁고 기울기 심한 길.

혼자 법수치리 끝에 산살림으로 삶을 잇던 주인장은

아래 마을에 가족을 두고 이제는 아들과 함께 펜션을 하고 있었다.

그께에 자 지명이 여럿이다. 고개 너머 치라고. 언덕 치().

다래 가지를 얻어 싣고 부연동으로 가다.

강릉 연곡면으로 갈라지는 길이 있었다. 역시 59번 국도.

아직 포장이 덜 된 유일한 국도라던가.

오대산 진고개를 향하는 큰 길과 만났다.

곧 휴게소가 나왔다. 비어있었다. 그곳에서 소금강을 올랐던 옛적을 떠올렸다.

그리고 진부,

거기 오래된 식당 하나, 40년전에도 30년전에도 있었고, 여전히 있었다.

저녁밥을 먹고 원주로 해서 영동으로.

 

다시 집이다. 모든 길은 집에서 끝난다. 그리고 다시 길은 집에서 시작될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98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411
6597 노래자랑 참가기 옥영경 2003-12-26 2404
6596 주간동아와 KBS 현장르포 제 3지대 옥영경 2004-04-13 2391
6595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389
6594 '서른 즈음에 떠나는 도보여행'가 박상규샘 옥영경 2003-12-26 2389
6593 가마솥방 옥영경 2003-12-20 2384
6592 3월 15-26일, 공연 후원할 곳들과 만남 옥영경 2004-03-24 2375
6591 [2018.1.1.해날 ~ 12.31.달날]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18-01-23 2369
6590 1대 부엌 목지영샘, 3월 12-13일 옥영경 2004-03-14 2368
6589 KBS 현장르포 제3지대랑 옥영경 2004-03-24 2364
6588 대해리 마을공동체 동회 옥영경 2003-12-26 2363
6587 입학원서 받는 풍경 - 둘 옥영경 2003-12-20 2357
6586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346
6585 물꼬 미용실 옥영경 2003-12-20 2341
6584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321
6583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넷 옥영경 2004-04-28 2317
6582 6월 17일, 쌀과 보리 옥영경 2004-06-20 2312
6581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309
6580 4월 10일 흙날, 아이들 이사 끝! 옥영경 2004-04-13 2302
6579 2004학년도 학부모모임 길을 내다, 3월 13-14일 옥영경 2004-03-14 230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