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밤새 내린 비.

담양 작은 시골 마을의 낮은 한옥이었더랬다.

소리 공부를 했다. 이번 달에 두 차례 잡은 일정이다.

선생님 계셔서 몇 소절을 받기도 했다.

받기는 잘하는데, 익어지기는 쉽잖다.

 

소리단체에 이름을 올렸다. 객원 혹은 예비단원쯤.

그리 대중적이지도 않은 국악계,

경제적으로도 구성원으로도 쉽지 않은 일들이 많음을 짐작한다.

작은 단체의 어려움을 이해한다, 라고 고쳐 쓴다. 물꼬 역시 그러하므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사람으로 돌아가는 그런 어려움.

드나드는 이들의 작은 영향이 크게 반향하는.

그래서 새 구성원으로서 나서기도 안 나서기도 조심스럽다.

새로운 인물에 걸 수도 있을 기대에 대해서도 헤아린다.

상처가 많았다 짐작되었고, 내가 상처가 아니기를 희망한다.

그저 힘이 좀 되어주고 싶다. 사람 수를 더하고, 조금의 후원을 하고, 손발을 보탤.

 

소리 연습을 하는 동안 한 샘이 밥상을 차렸다. 지난주도 차리셨던 밥상.

계산 없이 움직이는 이의 품을 생각한다.

그게 또 다른 이들을 움직일.

잘 먹었고,

나도 그리 차려드려야지 했다.

먼 곳에서 뭘 싸가기는 쉽지 않지만

가서 장을 몇 가지 볼 수는 있을.

물꼬로 돌아와 저녁밥상을 차리다.

부침개를 부쳤다.

벗이 세상에서 가장 부침개를 잘 부치는 사람’(걔가 아는 사람이 별 없음, 하하)이라 했는데

내가 부친 부침개가 얼마나 많았을 것인데,

하고 많은 부침개 가운데 별 돋보이지 못하는 오늘의 부침개.

그러나 꼭 드리고 싶었다.

그런 거 있잖은가, 앞뒤 없이 그저 주는 마음, 받는 마음이 중요한 그런 때.

다리가 불편한 마을 할머니 댁에 어여 가서 들여 주고 왔다.

맛볼 부침개라기보다 외롭지 마시라는 부침개였다.

 

918, 올해 낼 책의 원고 일부를 마감키로 한 날.

그러나, 글은 지지부진하다.

오늘도 글쓰기를 시도한다. 시도만 한다. 시도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476 5월 20일, 북한 룡천에 보낸 돈 옥영경 2004-05-26 1702
6475 5월 20-21일, 색놀이에 빠진 아이들 옥영경 2004-05-26 1724
6474 5월 21일 쇠날, <오늘의 한국> 취재 옥영경 2004-05-26 1584
6473 5월 22일 흙날, 대구출장 옥영경 2004-05-26 1879
6472 5월 23일, 모내기와 아이들이 차린 가게 옥영경 2004-05-26 1643
6471 5월 25일 불날, 복분자 옥영경 2004-05-26 1938
6470 5월 26일, 부처님 오신 날 옥영경 2004-05-31 1738
6469 5월 27일, 손말 갈무리 옥영경 2004-05-31 1572
6468 5월 28일, 봄학기 마지막 날 옥영경 2004-05-31 1478
6467 5월 29일-6월 6일, 찔레꽃 방학 옥영경 2004-05-31 1617
6466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152
6465 5월, 부엌에서 옥영경 2004-06-04 1530
6464 5월 31일주, 들에서 옥영경 2004-06-04 1539
6463 5월 31일, 권유선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04 2134
6462 찔레꽃 방학 중의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6-04 1871
6461 "계자 94"를 마치고 - 하나 옥영경 2004-06-07 1908
6460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451
6459 6월 6일, 찔레꽃 방학을 끝내고 옥영경 2004-06-07 2000
6458 6-8월 여름방학동안은 옥영경 2004-06-11 1615
6457 6월 7일, 조릿대집으로 재입주 옥영경 2004-06-11 145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