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 9.달날. 흐림

조회 수 402 추천 수 0 2023.10.24 00:03:07


낙엽의 계절, 낡은 말인데 사실이 퍽 그러한 걸.

학교아저씨가 본관 옥상과 가마솥방 지붕에 올라 낙엽을 긁어내다.

큰해우소 뒤란 마른가지며 낙엽들도 치워내고,

어제그제는 삼거리 창고도 정리하고 들어오셨다고.

 

어제오늘 수좌스님 한 분 머무시는 공간에서 어른의 학교가 있었고,

늦은 밤에야 집으로 돌아오는 먼 길이었다.

저녁과 아침과 점심까지 내리 세 끼를 차려내준 밥을 받았다.

수제비 하나도 소홀함이 없는 밥상이었다.

밥상에서 주신 스님의 말씀이 맴돈다.

버는 대로 쓴다고들 하는데, 그게 아니라...”

벌려면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말.

생긴 대로쓴다는 말에 대해,

생기는 대로 쓰며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벌려고 덜 노력한다면 남은 그 노력으로 무엇을 하나.

그것조차 애씀이라 그 노력도 아니 한단 말인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버린다는 것은

바로 그 노력조차 않겠다는 말 아닐는지.

너무 하고사니 좀 안 하려는 물꼬 일정들 같은 거 아닐까 이해해 본다.

그 여백에 사유와 성찰이 있을.

그리고 다른 존재를 보는 눈이 있을.

 

한 분은 보험여왕이었던 시절에 대해 말했다.

자신같이 말 주변 없는 이가 어떻게 거기까지 올랐겠냐고.

설득하려고 안했어요.”

(사람들의 말을) 들었단다.

듣다가 보험의 불필요함을 말할 때, 불편을 말할 때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말을 하였을 뿐이라고.

듣기에 대해 생각한다.

입보다 귀가 커야할 나이로 가고 있다.

듣고, 그가 물을 때 대답하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94 2021.12.18.흙날. 눈 옥영경 2022-01-08 353
593 2021.11.14.해날. 가끔 생각난 듯 지나는 구름 / 지금은 엉터리가 아닌가? 옥영경 2021-12-22 353
592 2021. 7. 3.흙날. 비 옥영경 2021-07-30 353
591 2021. 4.15.나무날. 맑음 / 이레 단식수행 나흘째 옥영경 2021-05-13 353
590 2020.12. 2.물날. 해 / 그대에게 옥영경 2021-01-08 353
589 2020. 5.15.쇠날. 흐리다 비 / 깜짝 출판기념 옥영경 2020-08-10 353
588 빈들 여는 날, 2020. 4.25.흙날. 맑음 옥영경 2020-08-04 353
587 2024. 1.30.불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52
586 2024. 1.19.쇠날. 흐림 / 문바위 옥영경 2024-01-29 352
585 2023. 7.19.물날. 볕 옥영경 2023-08-04 352
584 2022. 4.28.나무날. 흐림 옥영경 2022-06-09 352
583 2021. 7.23.쇠날. 구름 조금 옥영경 2021-08-09 352
582 2021. 6.24.나무날. 흐림 / 측백 기념비 놓다 옥영경 2021-07-22 352
581 4월 빈들 닫는날, 2021. 4.25.해날. 맑음 옥영경 2021-05-14 352
580 2021. 3.11.나무날. 흐림 옥영경 2021-04-22 352
579 2023. 7. 9.해날. 흐림 / ‘노모의 말’을 이해한다 옥영경 2023-08-02 351
578 2022. 6.15.물날. 비 옥영경 2022-07-09 351
577 2021. 9.22.물날. 비 내리는 오전 옥영경 2021-11-18 351
576 2021. 8. 3.불날. 갬 옥영경 2021-08-12 351
575 2021. 7. 7.물날. 비그은 오전 옥영경 2021-08-03 35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