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에 손발 보태느라 나흘동안 마을을 나가 있었고,

가벼운 탈이 났다.

어제 저녁답에 아침뜨락의 티피 이음새가 허술하기

천막을 실로 꿰맸는데,

고단하던 차에다 찬 기운에 쪼그려 앉아 바느질을 해서 그랬는지

속이 울렁이더니 그예 토했다.

오늘에야 대엿새 돌보지 못한 집을 청소하고.

 

어제 벤 들깨를 펴 말려놓았고,

학교에서 도리깨도 올라왔다, 그걸 쓸 만치의 양도 아니었지만.

구두목골 작업실을 만드느라 파냈던 철쭉을

사이집 서쪽 경사지에 심었더랬는데,

오늘 그것들을 파다 도라지밭 북쪽 울로 옮겼다.

이미 두 무더기 철쭉 울타리에 줄을 이은.

북풍을 막고, 경계 역할도 할.

이곳으로 이사 들어오고 옮겨지고 또 이사를 한 철쭉이었다.

뿌리가 견뎌주어 고마웠다.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 발 소문이 무성하다.

의료자원의 공급과 배분은 정부가 관리하니까.

의료라는 부분은 자유로운 수요공급에 따른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는 영역이니까.

돈 없다고 죽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으니까.

공공성을 빼고 의료시스템을 설계할 수 없다.

환자인 내가 뭘 사야하는지 모르면

의사인 공급자가 과잉진료로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고, 수준비달 의사도 있을 수 있고.

그걸 의료시장의 정보비대칭이라 하더라.

그래서 국가의 보호덕분에 비교적 수준 있는 진료를 우리가 보장받고 있는데...

의사 수가 모자란단다.

과연 문제가 그것에만 있을까?

의대정원이 늘면 SKY급 대학이 하나 생기는 셈이고,

상위 학생들의 서울대 진입이 더 수월할 거라 벌써부터 입시계가 뜨겁고,

상위권 대학의 공대생 재학생들의 재수 열풍이 불을 보듯 빤하고.

마치 지방이나 공공의료, 또 필수의료에 의사 수가 모자라는 것이 핵심처럼 보이지만

의사 수를 늘린다고 그것에 의사들이 지원하는 건 아닌.

예컨대 소아청소년과 같은 경우 대학병원에서 뽑지 않고

그러면 수련할 곳이 없고, 그렇다면 개원을 해야 할 텐데 그것도 쉽지 않고.

대학병원은 그런 과가 돈이 안 되니 계속 수련의로만 채우고.

필수의료(당장 목숨에 관계한 것인 줄로만 막연히 알았는데, 사실 제대로 정의된 것도 아닌)라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 지원율이 떨어지고

수가가 너무 낮아서 비급여 진료가 많은, 그래서 돈 되는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에 쏠릴 수밖에 없다는.

수술을 하면 할수록 적자라는 의료계 통설은 사실이고,

그래서 병원은 장례식장 주차장 식당 같은 부대시설로 수익을 내고

의사가 3분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

인기 없는 과목의 수가를 올리려면 다른 과목의 수가가 상대적으로 작아져야 하는데...

의료생태계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지 않을지.

정치인들의 농간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그 생태계를 알고 문제를 해결하자면

의료계의 일을 그들의 일로만 넘기지 않고

시민들이 공부를 하고 목소리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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