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1.나무날. 맑음

조회 수 266 추천 수 0 2023.12.31 01:40:17


아침 영하 15. 한낮조차 영하 4.

어제도 종일 영하권이었다. 내일도 그리 예보하고 있다.

다행히 해가 쨍했다.

여러 날 눈이 내리고, 한낮에도 영하일 때

볕은 얼마나 다행한가. 그건 사람살이에 대한 응원이었다.

살아주고 말고. 살아내고 말고.

 

아침수행을 끝내고 눈가래를 들었다.

오늘은 달골 안마당 길에서부터 대문까지,

그리고 달골 길에 마을과 만나는 700여 미터를 다 쓸었다.

모든 면적을 쓴 건 아니고,

달골 길 꼭대기에서부터 100여 미터(아랫집 갈라지는 길까지)는 다 쓸고,

나머지 길은 바퀴 자국 둘만큼만.

계곡에 주차해두었던 차도 덮힌 눈을 쓸어주었다.

 

아침뜨락을 걸었다.

짐승들이 어찌 들고 나는지를 확인하기 좋은 때.

눈길에 난 그들의 발자국을 유심히 본다.

어느 구멍을 막아야 하는가,

울타리를 다 치기 전까지는

그 구멍에 철망을 놓으며 그들의 출입을 불편케 해야 할 것이다.

청계에 올 아이들과 걷기 위해서도 미리 길을 살펴놓아야 했다.

한낮 기온이 영하 4도인데도 달못에서 나오는 물이 대나무 수로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지난 주 많은 비에다 눈까지 더했고,

산이 머금은 물이 많아 밥못이 찰랑인.

그 물이 달못에 이르고.

 

햇발동 청소를 하다.

흙날 정오에 시작하는 일정이라면

쇠날 오후나 흙날 아침에 하는 일인데, 여유롭게 한다.

이제 뭔가 빠르게 움직이면 벅차다.

쫓기지 않고 하니 시간은 걸리지만 힘을 한 번에 쓰지 않아도 되고,

충분히 구석구석 살피게 된다.

얇은 이불을 커튼처럼 쳐서 실내온도의 유실을 막은,

겨울에는 쓰지 않는 더그매 공간까지도 청소기를 돌린다.

꼼꼼하게 한 청소는 다음 청소를 조금 편케도 하니까.

사람을, 그것도 아이들을 맞는 일은, 고맙고 벅차다.

주말에 청계.

사내 아이 여섯들과 복작일 것이다.

청계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도 있고, 마지막 청계인 아이도 있고,

여러 해 만에 만나기도 하고, 빠지지 않고 만나는 아이도 있다.

그 아이들의 격변기를 함께 숨 고르는 일이 좋다, 참 좋다.

겨울이라 바람구멍을 더욱 살펴야 한다.

2층 거실에서 베란다로 나가는 문(한 해 내내 거의 열 일 없는)의 틈이 헐렁했다.

마침 솜으로 된 문풍지 있어 막아두다.

하필 이 겨울 물 온도에 문제가 생겼던 청계가 있었던 지라

보일러실을 들어가 온수기와 보일러 온수통의 온도들을 점검해둔다.

들여놓았던 화분들도 목을 축여주었다.

 

내일은 읍내를 나갔다 올 것이다.

자동차의 바퀴도 갈고 장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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