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나가기 좋으라고 그러는지 저 쨍하게 나온 해 좀 보라지.

어제 아침은 살얼음이더니, 기온도 나아졌다.

 

해건지기’.

창고동 난로는 어제 길을 들여서 불이 잘 드는 아침이었다.

바닥 난방도 더 쉬 기온이 올랐다.

사람들이 들어오고,

우리는 다시 몸을 풀고, 대배 백배를 하고, 호흡명상을 하다.

견고한 일상이 삶을 밀고 간다.”

 

갈무리모임.

몸도 마음도 쉬었다고들 했다.

사람이 모이면 배운 바들이 있기 마련. 그것들도 나누고.

의사로만 생을 즐겁게 살 수 있는 건 아닐 거다,

우리 언제든 새로 시작할 수 있다,

부디 기쁨으로 사시라, 물꼬의 기원도 전했다.

없는 사람도 돈이 가장 쉽다던가.

그만큼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일.

이 깊고 먼 멧골까지 찾아든 이들이 기특했다.

건강하고 멋진 청년들이었다.

아름다운 시절들이시라!

 

낮밥과 찻자리에 먼 남도에서 오신 가정이 더해졌다.

딸기를 한 가득 앞세우고 온

의대생 자녀들을 둔 개원의인 내과의사와 치과의사 부모님이었다.

하여 거의 스물이 함께한(‘영혼참가까지) 3월 빈들이 되었더라, 안의 식구들을 빼고도.

나 역시 전공의 자식을 둔 어미라.

우리 부모들이 내 새끼만 지키겠다는 그악스런 이기를 넘어

이 땅의 아픈 이들을 위한 권리를 같이 지킬 수 있는 길에 힘 되면 좋겠다.

배고픈 이가 먹어야 하듯

아픈 이가 치료를 받아야 하듯

아이들은 아무 조건 없이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물꼬는 그 권리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물꼬가 늘 말하는 이 문장(보편적 복지)

우리들의 현실이기를 소망하노니.

 

사람들이 떠나고,

식구 넷이 묘목 마흔을 심었다.

주목 15, 국화도 5, 팥배 3, 화살나무 5, 홍매화 5, 산수유 2, 보리수 2, 능수벚1 , 능수뽕 2.

달골 들깨밭가에 심고, 경사지에 심고,

여기저기 밭가들에 심었다.

능수 들은 아침뜨락 나오는 길에 셋을 심었네.

나무를 심는 일이야 말로 내일을 살겠다는, 내일을 생각한다는 뜻일.

오늘을 살고, 내일도 오늘을 살고, 모레도 오늘을 살겠다.

 

아침밥: 떡만두국과 두부꾸미, 오이지무침, 달래김치, 건나물, 달걀찜, 콩나물고기덖음, 그리고 사과

낮밥: 후렌치토스트와 잼과 커피와 우유와 샐러드, 그리고 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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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어렸던 청년이 대표로(?) 쓴 이번 빈들 갈무리글:

* 언제나처럼 원문 대로 옮김. 틀린 글자이건 띄어쓰기가 어떻든.

 

굳이...” 이런 것을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면, 생에 활기가 떨어지고 정성이 떨어진다. 꼭 해야 하는 일은 

사실 잘 생각해보면 없다그런데 시간이 갑자기 주어졌을 때 우리는 그 시간을 보내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을 하고나서 남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있을진 모르겠지만(보통 직업/학업) 쉬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왔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무엇을 해야 될까?

물꼬에서 보면 참 굳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게 많다. 효율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런데 너무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정성스럽게 

아침을 먹고 집중해서 시간을 보내면 하루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하루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정성이 담겨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것이 일종의 중심축 같은 게 되니까.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명료화해서 표현하는 일도 많이 할 것 같다.

옥쌤이 말했던 것처럼 이러한 생활방식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보다 보여준 게 훨씬 설득력이 있는데 그걸 직접하기는 어려운데 이렇게 하신 

열정이 대단하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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