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골에도 봄이 왔다.
하루 사이에 달골 대문 앞 벚나무 꽃이 벙글었다.
내일쯤 절정이겠구나 싶은.
봄이 왔고, 겨울이 지난 흔적들이 여기저기 뜻밖의 말처럼 불쑥 나온다.
녹은 땅이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겨울과 다른 환경에 놓이며 사람이 놓치기도 하는.
한 곳의 난방유가 그랬다.
늘 지내고 있는 사이집인데도, 그제도 잤고 어제도 잤고, 오늘도 잘 집인데도.
멀리 다녀오고 아직도 생활 적응이 덜 되는 면도 있겠다.
인도를 다녀오고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일상을 세밀하게 챙기는데 박자가 늦다.
한여름에서 건너와 겨울과 겹치니 그렇기도 할.
(사실 어깨를 좀 심히 앓고 있기도)
“일요일도 배달하시나...?”
“아저씨 평택 결혼식 갔는데! 낼 교장샘한테 전화하고 갈게요.”
곡주라도 한 잔 하신다면 오늘 오시기는 더욱 어려울 테지.
전화가 들어왔다.
“아저씨가 5시까지 올라가요!”
아, 돌아오셨구나, 고마워라.
“예, 대문 열어둘게요.”
대문을 열어두었으나 사이집으로 들어오는 중문격인 목책은 또 치워두지 않았네.
이게 참, 늘 하는 일이 아니라...
달려가 치우다.
“봄 되면 엥꼬난 줄 모르는 집들 많아요!”
그렇구나... 추위의 기세가 물러나고 나니 보일러에 덜 예민해지는.
집으로부터 밖으로 더 많이 나가기도 하는 때이니.
“옛날에는 이런 거(보일러 부품들) 꺼내서 다 닦아주고 했는데, 요새는 워낙 잘 나와서...”
드라이버를 아예 차에 싣고 다니시더라.
보일러관 안의 공기를 빼고 그 자리로 기름이 들어가게 해주시다.
종일 떠나지 않는 말썽쟁이처럼 통증에 좀 시달리다.
어깨로 시작해서 온 등과 좌골까지.
저녁, 다른 식구들만 저녁을 챙겨먹다.
한동안 그리 몸을 더디 움직이게.
아프면 생활을 돌아보아야.
역시 지나치게 움직임이 많은 물꼬라.
많이 써왔다.
덕분에 몰아치며 하는 일의 습관도 이번 참에 조금 바꿔볼 수 있겠네.
휴일을 휴일답게 보내다.
책 한 쪽조차 보지도 않고,
책상에도 앉지도 않고,
메일도 열어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