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빈들모임 갈무리글

조회 수 430 추천 수 0 2024.04.28 19:38:54


4월 빈들모임 갈무리글


#1. 


의료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그 특성상 보수적인 면이 있다. 새로운 치료를 시도할 때는 신중해야 하고, 실수할 바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방법이다.


그러나, 의학 특유의 속성이 ‘의사 사회의 태도’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선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병원 사회는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의문을 품는 이들을 자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는 한다.


#2. 


처음 물꼬의 ‘빈들모임’을 전공의 사회에 소개했을 때의 냉소적인 반응을 기억한다. ‘달날’ ‘불날’ ‘때건지기’와 같은 언어에서 거부감을 느낀 이도 있었고, 엄혹한 시국에 활동을 하거나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사회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믿는다. 故 홍세화 선생님이 말씀하신 ‘똘레랑스Tolérance’를 떠올린다. ‘나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개성, 그리고 그런 이들이 모여 살면서도 이루는 조화, ‘나와 다른 남을 그대로 용인하는 것’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머니는 늘 의사들이 ‘잘 치료하는 것’에 집중하여 ‘잘 설명하는 일’ ‘공감하는 일’을 안타까워하셨다. 어쩌면 지금도 우리는 환자들과 시민들에게 ‘공감’하거나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만을 전달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해오지는 않았던가.


#3. 

말은 본래 그 속성이 번지르르하다. 우리는 결코 누군가의 말에 설득되는 것이 아니다. 입으로 백 마디 떠드는 것보다,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 훨 설득력이 있다. 삶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은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울림을 준다.


자유학교 물꼬가 그렇다. 이곳에서는 어떠한 생활 방식이나 신념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줄 뿐이다. 덜 쓰고, 아껴 쓴다. 농사짓거나 채집을 해 먹는다. 매일 수행하고 명상한다. 매 일정마다 갈무리를 하고 글을 쓴다. 세 살 아이의 의견도 귀중하게 듣고, 설득한다. 


어머니는 내게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다. ‘견고한 일상이 삶을 밀고 간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 의자에 바르게 앉는 자세, 규칙적인 생활 패턴과 잠자리 속에서야 비로소 올곧은 생각이 피어나는 것일게다. 지금의 내 체형이 건강하지 못한 내 삶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 부끄럽다. 


몸이 굳건하고, 마음이 올곧아야 한다.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면 나아가야 한다. 그저 퍼져있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대안’을 찾아가고 제시하고 싶다. 


2024.04.28. 



물꼬

2024.04.28 23:32:04
*.39.194.65

1. 

애쓰셨습니다.

도배 일 많이 힘드셨을 겁니다.


2. 

지난 3월 빈들모임에서 사직, 비사직, 휴학의대생 들이 심어준 감자가 

힘차고 오르고 있습니다.


3. 

현 의대증원 2천 명 사태 속에서

휴학 의대생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소식을 듣습니다.

전공의들도 환자를 계속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더군요.

산골 의료봉사 같은 거라든지...


4. 

모두가 엎드려 있을 때

이름을 걸고 얼굴을 내밀고 말길을 여는 이가 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외부보다 정작 내부가 더 힘들지도 모를 일이구요.

사직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발언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때도 있지만

뭐라도 해야 하는 게 중요할 때도 있는 줄 압니다.

고맙습니다.

응원합니다.


5. 

앞치마며 필요한 것들을 넣어주셨군요.

늘 그리 살피고 둘러보고 챙겨주는 손발 고맙습니다.


6. 

오늘은 오직 오늘을 모시고,

내일도 오늘을 모시고,

모레도 오늘을 모시며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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