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18.나무날. 맑음

조회 수 63 추천 수 0 2024.05.24 13:55:41


봄 산나물이 좋았다.

두릅, 개두릅(엄나무순), 옻순, 가죽나물.

개두릅은 데쳐 멸장에 무쳐 내고,

두릅과 옻순은 데쳐서 초고추장과 냈다.

가죽나물은 부침개를 부쳤다.

밭에서 풋마늘도 솎아왔다. 데쳐 고추장에 무쳤다.

예술단 동료 미순샘이 보내준 생선도 구워낸 밥상이었다.

 

종일 식구들이 삼거리밭에서 보냈다.

관리기를 빌려왔더랬다.

두둑을 만드는 것과 비닐을 씌우는 앞머리 부품을 더해서.

트랙터로 밭을 갈고 바로 해야 할 작업이었으나

물꼬 밭일이라는 게 일과 일 사이가 멀다.

농사를 중심으로 하는 살림살이가 아니어서 그런 걸로.

500평 밭에 이랑을 다 만들고 검은 비닐을 씌웠다.

풀 때문에 도저히 일이 되지 않아 한발 물러난 결정이었다.

꼭 무엇을 심겠다는 게 아니라 되는대로 무어라도 심어 먹을 참이다.

 

제습이와 가습이 간식을 챙겼다. 오랜만이다.

내 어깨를 돌보느라 그들 이름을 부르는 일에 게으른 얼마쯤이었다.

지나가면 날마다 그들은 나를 애타게 부르고,

가까이 가서 인사하지도 못하는데 기대를 키워 실망을 배가시킬까 외면하며 걷고

간식을 들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눈이 마주친 그들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몸짓은 그런 게 이닐까 싶더라.

존재가 존재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의료 개혁을 두고 정부와 전공의들의 대치 상황이 오래.

그 상황을 가까이서 지켜보느라

눈뜨면서, 잠자리에 가면서, 하루에도 몇 차례 언론을 주시한다.

그 덕분에 뜻밖에 따끈따끈한 소식을 듣게 되기도.

내가 쓴 책들이라는 게 그리 흥행력이 있지도 않은데

18분 전에 한 독서가가 쓴 글을 발견했다.

<납작하지 않은 세상>을 읽고

그는 이리 밑줄을 그었더라.

 

닫는 글_ 삶을 제 것으로 산다

- 우리들의 허망과 허무에도 분명한 건 있다. 허무할 시간이 없다는 것. 허무해서, 그래서 더 소중해지는 삶이다. (194)

-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고,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좋은 세상에 다가가는 일일 테다. (195)

- , 그러나 그러나 우리 너무 열심히 산다. 꽃 피고 새 울고 날 좋다. 삶에도 바람구멍 있어야지. 오늘은 구들더께 되어 

  주전부리 물고 뒹굴고그리고 책 좀 볼까? (196)

 

7. 감상

- 얇지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것에 대한 좋은 본이 되는 책이다. 엄마인 옥영경 씨의 글은 

  시 같은 부분이 많다. 곁에 두고 가끔씩 다시 뒤적이고 싶어지는 책이다.

 

누군가 책을 읽고,

그것을 기록하고,

그리고 그것으로 내게는 응원이라.

누군지도 모르는 이가 보내준 이런 글도 우울을 걷기에 모자라지 않는.

요새 앓고 있는 어깨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네 싶던 차.

하마터면 고맙다고 굳이 메일을 다 보낼 뻔하였다. 드문 일이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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