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4.18.불날. 황사

조회 수 1259 추천 수 0 2006.04.21 08:46:00

2006.4.18.불날. 황사

“왔다!”
아침 10시, 소방차가 왔지요.
소방훈련으로 잡혀있던 시간입니다.
합동훈련이 아니라 소방서 자체훈련이라 하였으나
우리들도 우르르 나가 호스 끌며 호들갑을 떨었지요.
소방관이 꿈인 창욱이가 젤루 신이 났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빼꼼빼꼼 키가 작은 아이들을 안아 올리며
소방차 구석구석을 다 들여다보았지요,
차 지붕에도 사다리타고 올라가보았습니다..
“어, 저기 불요!”
황사로 학교 창문도 온통 먼지였겠지요.
이왕 뿌리는 물로 청소까지 할 수 있다면 비단 위에 꽃을 더하는 거겠습니다.
아이들은 이쪽 창문도 저쪽 창문도, 하며 소리를 질렀답니다.
“(주차된)차에 불났다는 소리는 차마 못하겠네.”
물줄기가 얼마나 크고 센지 세차까지 하겠다는 욕심까지 다 일더라니까요.
이 삼십 여분으로도 오늘 하루가 다 행복했던 우리들이었더이다.

‘생활과학’에선 물수제비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물었습니다.
숟가락에 올린 물을 흘려 내리는데
숟가락 너머까지 간 물이 떨어지지도 않고 어떻게 대롱거릴 수 있는가도
같이 얘기해보았더랍니다.

“한 점을 열심히 했더니 세 점이 쉬워졌어요.”
‘국화’시간 후배들은 매화 잎을 세 잎이나 늘여 찍었고
선배들은 함박꽃 윗잎 넣기를 하였지요.
단소의 김성우샘은 아이들이 이번 잔치에서 단소라도 한 자락 부라고
아리랑을 연습시켜 주셨습니다.

어른들이 제 영역에서들 죄 정신이 없으니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일을 나갔습니다.
대문 앞에 솟아있던 자갈더미를 깎아
비만 오면 물에 덮힌다는 저들 자전거주차장을 높였지요.
“이제 무슨 일 하지요?”
“벌써 다 했어?”
동쪽개울정리를 맡겼더니
바지 둥둥 걷고 한 시간여 개울을 치고들 돌아왔답니다.

내일까지 전해야할 중요한 서류 하나를 가지고 교무실에선 씨름을 하고 있었고,
아무래도 저녁엔 저도 그 일에 손을 보태야할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지요.
불날 저녁엔 아이들과 함께 달골로 올라
한데모임을 같이 하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마침 달골 큰엄마가 배움방에서 하길 권해왔지요.
“아이...”
아이들이 잠시 칭얼대듯 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더 아쉬운 건 ‘무서운 이야기 12탄’입니다.
작년부터 ‘상동리’라는 시골 동네를 배경으로 이어달리기를 하는 이야기지요.
소나무 한 그루에 얽힌 얘기를 짧게 들려주며 달랬더랍니다.

신기는 두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창욱이를 뒤에 태우고도 달릴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 했습니다.
밭고랑에 콩 하나가 내민 싹이 종훈이를 행복하게 했고,
칭찬이 정민이를 힘나게 했으며,
너도 나도 소방차를 가까이서 봐서 행복하다 했고,
귀신도 안 나오고 시체도 안 나오는데
이곳의 무서운 이야기는 정말 재미나서 행복하다 했습니다.
행복이 넘치는 저 아이들,
우리 어른들도 그리 살 수 있지 않을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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