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5.9.불날. 흐릿

조회 수 1216 추천 수 0 2006.05.11 19:37:00

2006.5.9.불날. 흐릿

이른 아침 어른 몇은 숲에 다녀왔습니다.
솔잎효소를 담을 련다지요.
이은영엄마 김점곤아빠 박진숙엄마 희정샘이 함께 했네요.
"나는 언제 저리 말하려나..."
추위를 너무 타는 교무실 도움꾼 이금제엄마가
행복해라 행복해라는 다른 마을 식구들을 보며 그랬다지요.
아주 불편한 시골집살이도 힘겨움을 더할 겝니다.
그래서 여러 식구들이 북돋워주려 애쓰지요.
어제는 점심을 먹은 뒤 열택샘이 이금제엄마를 고래방으로 불러 탁구를 했고
오늘은 정운오아빠까지 나서서 같이 하셨다네요.
그런 마음씀으로도 우리 생은 얼마나 살만해지는가 싶습디다.

아이들에게 어제 못 다했던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고,
편지봉투 쓰는 법요,
우표 붙이는 것도,
계절자유학교 때 아이들을 만나보면
편지를 써서 봉투에 넣고 부쳐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거의 없더라구요,
'생활과학'으로 옮겨갔지요.
"부채질은 온도에 영향을 주는 걸까?"
부채를 만들고 부치며
우리는 왜 시원하다 느끼는 걸까,
38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서도 여전히 부채질은 시원할까,
온도계에 부채질을 하면 온도를 내릴 수 있는 걸까 따위를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한껏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 걸 보노라면
너무나 기특하고 너무나 신기해서
하염없이 아이를 쳐다보고는 한답니다.

국화도 하고 단소도 끝내고
아이들은 달골 윗때기 포도밭에 올랐습니다.
"장수풍뎅이다!"
애벌레를 발견한 겁니다.
"여기도 있어."
동희도 나현이도 소리쳤습니다.
하다는 령이와 승찬이에게 선물도 하였지요.
자연 안에 산다는 건 그렇게 끊임없이 보물을 찾는 생활이랍니다.
달골을 내려오는 길도 신이 납니다.
비닐을 걷어 자루에 넣고 오다
신기와 령이 포대꼬치라며 나뭇가지를 자루에 꿰어 어깨에 맸지요.
일터에서 돌아오던 일곱난쟁이들 같았더랍니다.
부욱!
"어, 찢어진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를 다 까르르거리게 합니다.

열택샘이랑 저건너 감자밭을 다녀왔습니다.
울 동네에서 젤 잘되었다고
몇 차례나 밥 먹은 뒤 산책 삼아도 가자던 걸음이었더랬지요.
"여기 살아도 이적지 저리 크도록 모르고..."
우리 농사 지어요,
이제 그리 말할 만치의 너른 감자밭입니다.
"애썼어요."
"이제 손이 되니까..."
그래요, 오며 가며 아무리 애쓴다 해도
농사라는데 뿌리내리고 살지 않으면 좀체 어렵지요.
"자주꽃 핀 건 자주감자 파보나마다 자주감자..."
노래 하나 불러주고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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