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리는 산골>

조회 수 1013 추천 수 0 2005.01.28 12:04:00
세 얼라들 이웃집 얼라까정 다 데리고 몽땅 뛰쳐나갔다.
온동네를 다 헤집고 다니다가~
저 아래 냇가 다리까정 갔다 왔단다~ 이 밤중에
얼라 아부지 왈~ 대단혀~~ 힘이 넘쳐~

들어오는 꼴상을 보니~ 홀랑 다 젖어드라~
몽땅 갈아입어야 할...
해서 이시각까정 세탁기가 들들들 일하고 있다.

눈쌈할 정도는 되는데~
눈사람 만들 정도는 아직 모자르고~
눈썰매탈 정도는 될라나... 안 될껄~
그래도 저위~ 비탈길을 봐놓고 왔단다~

뱃속에 들어앉은 거지들이 다 굶어죽었다고~
밥달라 아우성... (물꼬에서 돌아온 뒤로 거지가 몇마리 더 늘어~)
급기야~ 졸지에 횡재한~ 빵과 우유까지 거덜내고~~
두놈을 겨우 재웠다~
한놈이 아직도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계속 아쉬움을 표하고 있길래
끌어다 방에 넣고 문닫아버렸다~ 고마 묵어라~ 대따~ 마!

연탄재를 어제 내다 버리길 잘혔지~
이렇게 눈 올줄 알았다 말이다...
산골에 살다보면 일기에 몸이 예민하게 반응을 해서~
비가 올지 눈이 올지 맑을지 흐릴지가~
어느정도는 감 잡을 수 가 있겠드라구~

언덕에 쳐무져놓았던 고춧대궁들을 다 아궁이앞으로 끌어내렸다.
소죽쑤는데 불때려고~
나머지 비닐집 고춧대궁들도 다 꺼내서 때야한다~
고추밭 설거지를 진작에 했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미루다~ 꼭 정월지나고 하게 되드라고~~

요새 할일이 별루 없어 심심하던차에
작은놈이 어데 가서 뜨개질을 배워갖고 와설랑~
실 사내라 바늘 사내라~ 가르쳐달라꼬 성화를 댄다~
(말씀따로 안 드려도 오덴줄 아시겠쥬???)

이놈아~ 뜨개질 안 한지가 수십년이여~~
그거 어케 기억을 하냐?

그래서 졸지에 팔자에 없는 뜨개질을 하게 되어부렀다.
오냐~ 시간도 남아도는데~
묵고자는일밖엔 딱히 없는디~~
이거나 하면서 찜질이나 하지 머~~ ㅎㅎㅎ

오늘 털모자 하나 완성했다.
가장 간단한거~ 아니겠으???
목도리는 작은놈이 이따만하게 뜨고~
손에 익숙치 않아 자꾸 코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애묵었다.

항상 논으로 밭으로 소야 닭이야~
바쁜 엄마가 느긋하게 뜨개질이나 하고 앉았으니
얼라들이 참말로 희한했던가 부다~
옆에 옹기종기 눌어 붙어앉아서 들여다본다.
가끔 엄마 얼굴을 쳐다본다. 아무래도 믿기지가 않은지~
울엄마가 여자였던가... 이런것도 할줄 아네...
대단해요~~~ 라나 모라나...

모자 하나 맹글어놓았더이 서로 지꺼라고 우겨댄다~
꼬맹이가 뺏아가 써보니 푹 얼굴이 파묻힌다~
작은놈은 으레 그모자가 지께 될줄 알고 있다.
어쨌든 지것이 될꺼란다~ 막무가내다.
이놈들아 내꺼여~ 탐내덜말어~~~
올 겨울내내 저 모자쓰고 돌아댕기야지~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엉디 지지면서~
뜨개질하는 맛도~ 겨울이니께 가능한겨...

*
작은놈(정하)...물꼬에서 지가 뜬 빨간 헤어밴드를 줄창 하고 댕깁니다.
꼬맹이까정 같이 하고 다닙니다.
헌데~ 세탁기에 딸려 들어가서 쪼글탱이가 되어버렸답니다.
머리를 줄여야 할지 쪼글탱이를 늘려야할지~ ㅎㅎㅎ

정훈이는 참말로 차분해졌답니다. 고개가 갸웃~ 돌아갈 정도로...
대신 머릿속에서 동시를 짓는답시고 와글와글한답니다.

정혁이는 누나형아가 물꼬에 간다고 지도 가야한다고 당연히
알고 지내더이~ 엄마는 안 간다는 바람에 고만 쑥! 들어가버렸답니다.

박윤희

2005.01.28 00:00:00
*.155.246.137

올라온 글들..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산골의 생활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봄이 안왔다는 핑계로 나태하기만한 겨울입니다.
하지만 정예토맘님은 겨울의 한가함을 잘 누리시길 바랍니다.
우리 딸 혜린이는 101번째 계자에 갔는데 낼 오면서 정말 뜨개질을 배워올까요?
궁금하네요.


정예토맘

2005.01.31 00:00:00
*.155.246.137

뜨개질 배워오면 골아파유~~ ㅎㅎㅎ
서투른 대바늘에 찔려 손가락이 아파~ 애먹었구만유~

그래도 얼라들이 하겠다는 열의가 대단해서리~
(방학숙제엔 별관심이 없어 고게 탈~)
걍 냅둬유...

건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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