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28.나무날. 흐림

조회 수 1160 추천 수 0 2006.09.29 17:49:00

2006. 9.28.나무날. 흐림


한동안 비울 기숙사니 구석구석 청소를 하며 아침을 열었습니다.
공부도 중요하고 일도 중요하겠으나
일상을 살아내는 일이야말로 정말 잘 익혀야겠습니다.
윤나도록 깔끔한 바닥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입고 먹고 사는 공간에 대해 정리하는 일 말입니다.
하기야 어른이라 하더라도 야물게 하기 쉽지 않은데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는 건 아니냐 물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손이 가지 않을 만큼 하자는 게 아닙니다.
내 일이 되어 마음을 다해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싶었지요.
학교로 내려와
방, 거실, 부엌, 욕실(변기, 세면대, 욕조, 바닥)을
비질, 걸레질, 정리로 나누어 다시 짚어봅니다.
무엇보다 청소를 다한 뒤 ‘돌아보는’ 것이 있어야겠지요.
꼭 떨어진 머리카락 혹은 먼지뭉치 하나쯤 있거나
미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나름의 긴장이 있었는지
학교를 비우는 동안을 위해 갈무리 청소를 하는 ‘먼지풀풀’을
꽤 성을 다해 하고 있는 아이들이었지요.

아이들은 숲에 들어갔다가 수영을 다녀왔고,
어른들은 오전에는 포도를 마지막으로 따냈으며
오후에는 술과 효소를 담았습니다.
“한줄 쫘악!”
한 사람 한 사람 인사를 나누고 한가위를 쇠러들 갔답니다.
가을학기를 시작하고 그렇게 꽉 찬 한달이 후루룩 지나갔네요.

공동체식구모임이 쇠날로 옮아왔습니다.
주중에 하면 마을식구 가운데 한 사람이 기숙사를 가야하는데,
아이들이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 쇠날이라면
굳이 어려운 부탁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주말에 행사가 잡히거나 하면 또 사정대로 옮겨가며 하면 될 겝니다.
사람이 많지 않으니 보이는 대로 필요한 대로 얘기를 나눌 수도 있겠구요.
작은 규모라 때로 많은 일로 치일 때도 있지만
이런 건 또 좋습니다.
하기야 일이란 우리 사정에 맞게 줄이면 될 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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