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 1.해날. 맑음

조회 수 1404 추천 수 0 2006.10.02 08:55:00

2006.10. 1.해날. 맑음


마을 식구 가운데는 곶감집만 남아
한가위를 대해리에서 보낸다지요.
공동체 식구들 중엔
올 한 해 ‘공동체식구 적응기’를 보내고 있는 승찬이네가
인천 본가를 향해 젤 먼저 떠났습니다.

식구 몇이 낚시를 갔지요.
“요새 물이 말라서...”
가끔 들리는 낚시가게에선 요즘 물고기 소식이 뜸하더라 알려줍니다.
마침 떡밥을 사러 들어온 아저씨가 있었지요.
“어디로 가셔요?”
“통 낚시가 안된다는데, 그래도 정산으로 한 번 가 볼라구요.”
“별티 말씀이세요?”
걸루 따라나설까 하다
자주 가는 봉우리 아래로 갔지요.
그간 소원했다 싶던, 낚시를 좋아하는 한 녀석을 데려갑니다.
며칠 전부터 손을 꼽고 있던 그였지요.
달래 할 얘기야 있을라나요,
같이 산그늘 아래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오려했던 거지요.
황간 읍내에 산다는 형제분이 겨우 꺽지 두 마리 잡았다며
(꺽지라면 다른 물고기를 먹고 사는 녀석들이라
우리 가진 미끼로는 만날 일도 없는 이들이지요)
애들이나 보여주라 건네주고 떠나고
두어 패의 낚시꾼들도 입질조차 없다 툴툴거리며 떠난 뒤
너른 내는 우리 들으라 노래 부르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저녁 예불 올리는 소리가 건너오고
별을 앞세우고 막 상현에서 보름달로 향해가는 달이 선명해지더니만
이내 달무리를 만들다 먹구름에 가렸지요.
마치 생애의 마지막 가을이 그러하겠는
낮은 평화가 천지에 퍼지더이다.
열 마리(낚시꾼들 입엔 스무 마리 서른 마리도 될)하고도 다섯 마리를 더 잡아
열은 돌려보내고 다섯은 남겨 오붓하게 매운탕이나 끓여내라고
곶감집에 올려 보내주었답니다.
열한 시가 훌쩍 넘었데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 하나쯤은
같이 해야겠다 마음 먹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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