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 6.불날. 시원찮게 맑은

조회 수 1253 추천 수 0 2007.02.08 11:50:00

2007. 2. 6.불날. 시원찮게 맑은


부엌 아궁이 곁에
아이가 신는 겨울 슬리퍼가 물기를 잔뜩 머금고 세워져 있었습니다.
어데서 또 젖었겠구나 생각했지요.
“엄마, 나 신발 빨았다!”
“그래?”
“너무 더러워서...”
“뭐로?”
“저 솔로.”
때가 되니 다 합니다.
저녁마다 양말을 빨아 불 때는 솥단지 위에도 잘 펼쳐놓지요.

시카고에 있는 아이 아비랑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요,
단식을 하면 사흘째가 힘이 드는데 마침 그날인데다
사택 전화 상태가 영 좋지 않아
몇 차례나 반문하는 그를 마뜩잖아했지요.
“아빠가 좀 그렇잖아.”
등을 돌리고 책상에서 뭘 하던 아이가
뒤를 돌아보며 제게 귓속말 그리 했지요.
그런데 돌아서서 제(자기) 할 일을 하며 그리 중얼거립니다.
“나는 좋은 마누라 얻어야지.”
이눔의 자슥, 말하는 본새 좀 보소...
안 무서운 마누라를 얻겠다?

아이가 밖에서 불렀습니다.
“오늘 뭘 발견했는지 알아?”
쾌종시계라고 흔히 부르기도 하는 커다란 벽시계를 뜯어낸 밑부분인데
작은 책장으로든 장식장으로든 쓸 수 있겠더라고
한 번 볼테냐고 들고 왔습니다.
아주 그럴 듯했지요.
“그런데, 앞에 이 턱은 잘라야겠다.”
“제가 톱질 할 게요.”
지금은 다른 일로 바빠 나중에 한다고 밀쳐두고는
또 오데로 사라졌지요.
저녁답에 부엌에서 인기척이 들려 내다보니
그 물건에 걸레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 뗐네.”
“망치로 몇 번 두들기니 되데요.”
그리고 제(자기) 방에 들여놓습디다.

한 해 가장 한가로운 2월이나 되니
내 아이를 들여다보는 일도 잦습니다.
고맙지요.
풍요로운 그의 세계가 기쁨입니다.
어떤 부모가 그렇지 않을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174 asdga 옥영경 2007-03-28 959
1173 2007. 3.10-11.흙-해날. 눈보라 / 달골에서 묵은 생명평화탁발순례단 옥영경 2007-03-28 940
1172 2007. 3.10-11.흙-해날. 눈보라 / 달골에서 묵은 생명평화탁발순례단 옥영경 2007-03-28 872
1171 2007. 3.10-11.흙-해날. 눈보라 / 달골에서 묵은 생명평화탁발순례단 옥영경 2007-03-28 957
1170 2007. 3. 9.쇠날. 아주 괜찮게 맑은 / 생명평화탁발순례단과 함께 걸었다 옥영경 2007-03-21 1314
1169 2007. 3. 7.물날. 마른 눈발 날리는 아침 옥영경 2007-03-21 1166
1168 2007. 3. 8.나무날. 무지 춥네요. 옥영경 2007-03-21 1110
1167 2007. 3. 6.불날. 맑음 / 생명평화탁발순례단, 영동 들다 옥영경 2007-03-15 1244
1166 2007. 3. 5. 달날. 눈비, 그리고 지독한 바람 옥영경 2007-03-15 1210
1165 2007. 3. 3.흙날. 흐림 옥영경 2007-03-10 1210
1164 2007. 3. 4. 해날. 마른 비 내리는 위로 따순 바람 옥영경 2007-03-10 1357
1163 2007. 3. 1.나무날. 흐림 옥영경 2007-03-10 1277
1162 2007. 3. 2.쇠날. 비 옥영경 2007-03-10 1673
1161 2007. 2.28.물날. 맑음 옥영경 2007-03-10 1271
1160 2007. 2.26.달날. 맑음 옥영경 2007-03-06 1258
1159 2007. 2.27.불날. 맑음 옥영경 2007-03-06 1492
1158 2007. 2. 25.해날. 비 지나다 옥영경 2007-03-06 1265
1157 2007. 2.23-4.쇠-흙날. 맑다 흐림 옥영경 2007-03-04 1523
1156 2007. 2.22.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7-03-04 1596
1155 2007.2.21.물날. 맑음 옥영경 2007-03-04 118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