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 9. 쇠날. 잠시 개었다 다시 비

조회 수 1393 추천 수 0 2007.02.12 09:43:00

2007. 2. 9. 쇠날. 잠시 개었다 다시 비


남자 어른들은 달골에 뒷정리를 하러 올랐지요.
창고동 냉장고에 든 것들도 다 내리고,
보일러관을 고치느라 너저분해진 방들을 치워냈습니다.

경로당 출석입니다.
대나무를 쪼개 통을 감싸는 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통조각을 대패로 미는 법도 보지요.
곡선인 대패가 있두만요.
일하는 이야 일 한다고 땀나지만
단식 엿새째, 커다란 소리로 말동무 해야지,
쪼그려 앉아 가만히 구경을 하고 있자니
발이 오달지게도 시려웠답니다.

“이제 살림 다 들통났어.”
무채 하나를 놓고 술들을 드시기
냉장고를 뒤적여 김치부침개를 내놓았더니
할머니들이 안에서 부르십니다.
“그동안 잔치 때마다 우리가 먹은 거 교장이 다 했구마?”
어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기야 할지요,
우리 마을 할머니들은 칭찬에도 이리 고우십니다.
“미안시러버 어째?”
“일 년에 열흘을 해, 스무 날을 해?
겨우 한 번 2월에나 와서 이러지.”
“우리는 다 귀찮아서 아무도 안하거든.”
“그래 굶고 우찌 견뎌?”
단식 얘기입니다.
이렛 동안 비우고 있고 오늘이 닷새째란 걸 이제 온 동네가 다 압니다요.
앉으면 하도 술을 권하니 노래 노래 아니 할 수가 없었지요.
“배가 안고파?”
“그런데 음식은 할 수가 있나?”
단식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단식을 왜 하는가, 단식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숨을 몰아숴 가며 들려드렸지요.
“우리야 어디 몰라서 못하지.”
“옛날에 그러데, 여자는 이레를 굶으면 죽고 남자는 닷새를 굶으면 죽는다고...”
“그러다 죽겠어.”
“그 왜 길 뚫른다고 반대했던 그 스님...”
“지율스님?”
“맞아, 맞아.”
“어, 어떻게 아셔요?”
“왜 몰라, 텔레비전에 나왔어.”
“그래, 몇 날을 굶어도 안 죽대.”
“결국은 졌다데. 나라에 손해를 얼마를 입혔다면서?”
청성산 도룡뇽을 살리겠다던 지율스님의 단식의 의미는
산골 할머니들에게 다만 이런 것입니다.
“내가 텔레비전에서 봤다니까...”
늘 이런 식으로 진실인 거지요.
우리 동네 이장님만 해도
지금도 대놓고 80년대의 광주시민들한테 분노하고 침 뱉습니다.
굳혀진 생각이란 참으로 무섭지요.
내가 안다는 것이 정녕 진실인가, 물으며 잘 살아야겠습니다.

“학교 교장 하지 말고 경로당 교장해.”
올해 여든 다섯 되는 꺽중할아버지는 이 마을의 오랜 상쇠이십니다.
할아버지들 방에서도 고마움을 그리 전하셨지요.
고마워하시는 그 마음이 고맙습니다.
부침개 댓장 부치는 게 무에 일이겠는지요.

선배 한 분이 다녀가셨습니다.
산골서 구경하기 힘든 바닷물을 가져오셨지요.
회를 정말 많이도 떠 오셨고,
남자들이 모여 곡주 한 잔 걸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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