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11.해날. 맑음

조회 수 1240 추천 수 0 2007.02.12 09:44:00

2007. 2.11.해날. 맑음


‘이레 비우기’를 끝내고 회복식에 들어간 첫날 아침입니다.
비우는 일도 복되고 채우는 일 또한 그러합니다.

아침을 들고 젊은 할아버지와 류옥하다는
진돗개 장순이랑 산책을 나갔습니다.
언제 저 녀석을 데리고 나가야지,
늘 묶여있는 걸 보면 마음이 짠했는데
마음들이 매한가지지요.
단식을 하면서도 밥상을 차리는 걸 고마워하시던 삼촌(젊은할아버지)은
제 얼굴에 곤한기가 드러났던지
빨래를 돌려주고 널기도 해주셨습니다.
단식 동안 화기를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얘기를 들으시고
학교가 바쁜 때도 아닌데 저녁마다 아궁이에 불도 댕겨주셨답니다.
날마다 고마운 분이십니다.

때를 맞춰 온 이는 참 반갑습니다.
산골에서 나눌 게 없으니 시장으로 찾아온 손님이 최고지요.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되니까요.
누룽지라도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되는대로 나눠먹고 혹여 모자라면 그 사이 서둘러 냄비밥이라도 하고
떡국떡이라도 얼려둔 게 있으면 끓여내거나
국수가락이라도 초고추장에 비벼내면 될 테지요.
그리고 묻혀있는 든든한 김장독이면 반찬 걱정이 무에 있을라구요.
고자리에 귀농해 사는 이영건님,
표고버섯을 기다리며 소를 치는 이철수님,
그리고 막 귀촌(아직 농사를 시작하지는 않은)한 둔전리의 이성안님이 오셨습니다.
달랑 두 식구(저는 미음을 먹고 있고) 밥상을 차리다가
누룽지를 더 끓여내고
김치를 듬뿍 넣고 말린 가자미를 졸이고
묻혀있던 무를 꺼내와 전을 부쳐냈습니다.
어찌나 달게들 드시던지...
이영건님이야 이래저래 인사를 했던 터고
재작년에 들어온 이철수님은 지금은 소 친다고 고자리에 가 있다 하나
집은 대해리 흘목이라 하니 인사가 늦은 셈이지요.
이영건님은 역시 아이들 교육 문제로 찾아온 길이랍니다,
큰 애가 이제 여섯 살인데.
“여, 들어와 살면 다 된 거지요.”
참삶을 아는 어른들이 있고, 둘러친 자연이 있는데,
아이 교육을 왜 걱정하냐 되물었지요.
“이렇게 한가한 거 처음 보는데,
이참에 고자리로 한 번 들리시지요.”
그렇게 고자리와 둔전리를 다녀왔지요.
좋은 이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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