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19.달날. 맑음

조회 수 1137 추천 수 0 2007.04.06 10:31:00

2007. 3.19.달날. 맑음


어머니가 다녀가신 흔적은 먼지 없는 구석구석만이 아닙니다.
삶아 볕에 넌 새하얀 행주에서만은 더욱 아니지요.
뒤란 구석 포대에 들어있던, 손이 못다 가던 대파꾸러미와
언제 먹어야지 하면서도 겨우내 손도 대지 못하고 있던 시래기,
그리고 곱게 다져진, 까기가 여간 까탈스럽지 않았던 잔 마늘들이
죄 나와서 쓰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침, 가마솥방을 들어서며 눈시울 붉어지데요.
부모 그늘이란 저승에서도 이승에까지 닿는 게 아닐는지요.

올해 달날은 아이들이 하루 종일 일을 합니다.
집안일도 거들고 부엌일도 거들고 학교일도 같이 하고 농사일도 하고...
한 주를 시작하는 준비 ‘첫맛남’에 이어
명상과 몸다루기를 하는 ‘아침고요’가 이어지고
사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것을 스케치북에 옮기는 ‘손풀기’를 끝낸 뒤이지요.
오늘은 콩나물콩을 가렸습니다.
해를 넘긴 쥐눈이콩이라 싹을 낼 수 있을까 싶은데,
요리를 할래도 정리를 해야 하니
그릇과 쟁반들을 가져다놓고
버릴 것, 삶아 짐승 먹일 것, 요리할 것, 콩나물로 키울 것으로 나눕니다.
오후에는 뼈대만 세워둔 표고장하우스에
비닐도 덮고 차양막도 치고 가장자리 마감일을 아이들이 도왔습니다.

목공실에서는 널린 나무들을 정리한 뒤 농기계를 돌렸고,
농사부에서는 잘려져 바닥에 널린 포도나무가지를
달골에서 연일 묶고 있습니다.
땅이 기지개를 켜는 봄날,
산골 논밭, 어른들 손발 움직임도 잦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234 2007. 5. 2.물날. 맑음 옥영경 2007-05-14 1593
1233 2007. 5. 1.불날. 비 옥영경 2007-05-14 1259
1232 2007. 4.30.달날. 찌푸리다 비 옥영경 2007-05-14 1743
1231 2007. 4.29.해날. 맑음 옥영경 2007-05-14 1166
1230 2007. 4.28.흙날. 맑음 / 영화 <마이 파더> 촬영 옥영경 2007-05-14 1472
1229 2007. 4.27.쇠날. 맑음 옥영경 2007-05-14 1232
1228 2007. 4.26.나무날. 봄날 같은 봄날 옥영경 2007-05-14 1244
1227 2007. 4.25.물날. 뿌연 하늘 옥영경 2007-05-14 1305
1226 2007. 4.24.불날. 간간이 구름 옥영경 2007-05-14 1124
1225 2007. 4.23.달날. 맑음 옥영경 2007-05-14 1145
1224 2007. 4.22.해날. 맑음 옥영경 2007-05-14 1145
1223 2007. 4.21.흙날. 맑음 / 세 돌잔치-<산이 사립문 열고> 옥영경 2007-05-10 1920
1222 2007. 4.20.쇠날. 맑음 옥영경 2007-04-27 1328
1221 2007. 4.1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7-04-27 1251
1220 2007. 4.18.맑음. 목련 이제야 벙그는 산골 옥영경 2007-04-27 1351
1219 2007. 4.17.불날. 맑음 옥영경 2007-04-27 1284
1218 2007. 4.16.달날. 비 옥영경 2007-04-27 1219
1217 2007. 4.15.해날. 맑음 옥영경 2007-04-24 1238
1216 2007. 4.14.흙날. 맑음 옥영경 2007-04-24 1255
1215 2007. 4.13.쇠날. 맑다가 빗방울 옥영경 2007-04-24 120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