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27.불날. 정오께 짙은 구름 들더니 빗방울

조회 수 1261 추천 수 0 2007.04.09 00:08:00

2007. 3.27.불날. 정오께 짙은 구름 들더니 빗방울


아침마다 된장 항아리 뚜껑을 열고
해질 무렵 닫습니다.
삼촌이 먼저 열어놓을 때가 많으시지요.
항아리 안의 마른 홍고추 숯 통깨 말고도
그렇게 달디 단 바람과 고소한 볕이 닿아 맛난 된장이 되는 게지요.
시간의 층이 주는 감동이
엄청난 세월을 보여주는 퇴적층에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이렇게 된장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못잖지요.
그 시간을 함께 살아 숨쉬기 때문에 더할 겝니다.
“점심 먹고 달골 갔는데, 구름이 꽉 끼는 거야.”
“아, 된장!”
“놀래서 좇아내려왔지.”
곁에 있던 류옥하다도 얼른 묻습니다.
“그래서 비가 들어갔어요?”
애들이 눈이 동그래졌지요.
“아니지, 닫았지.”
모두 박수를 보냈더랍니다.

종대샘이 드디어 우체통을 심었(?)습니다.
새 것인데 오래 써온 것 같은 질감을 주는 노란 우체통입니다.
웬만큼 큰 서류봉투도 구겨지지 않고 들어가라고
넉넉하기도 한 크기입니다.
차를 타고 오면서도 우편물을 꺼낼 수 있는 위치에 달았지요.
“나는 이 큰 게 두 다리에 얹혀지는 게 신기해.”
류옥하다는 마냥 신이 났습니다.
문을 열면 더한 감동입니다.
새가 들어가 살고 싶겠는 집이랍니다.
마당 안에서 쳐다보면 더 빛이 나요.
마치 ‘내가 한 것처럼’ 뿌듯합니다.

아이들에게 국화(한국화)를 가르쳐주시는 미죽 최병기샘이
점심식사에 초대해주셨습니다.
“영동 나와 있다며? 얼릉 와.”
맛나기도 한 칼국수였지요.
그리고 옷가지들을 실어주셨습니다.
평생을 입어도 못다 입을 것들이 쟁여진 옷방에 보태질 옷들이지요.
아이들 연극소품으로도 잘 쓰이겠지만
잘 가려 입기도 하겠습니다.
넘쳐나는 이 많은 물건들을 어쩌나,
마구 헤픈 이 시대의 물질풍요가 넘어가지 못할 벽처럼 까마득할 때마다
똑바로 정신 차리고 잘 살아야지 결심하는 것 말고는 별 뾰족한 수도 없는데
마음만 조바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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