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4.11.물날. 맑음

조회 수 1261 추천 수 0 2007.04.20 07:20:00

2007. 4.11.물날. 맑음


이른 봄날,
햇살 짙은 한낮보다 아침 저녁 더 눈부신 꽃이 있지요.
마치 산수유인 듯하여 다가가서야 다른 꽃임을 알아챕니다.
샛노란 생강나무꽃,
어느 이는 어린 아이 숨결 같다 하던가요.
잎이나 가지를 꺾으면 생강내가 난다고 그리 불리었다 합니다.
오늘 ‘우리말 우리글’에서 그 꽃으로 차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타박상으로 생긴 어혈도 풀어주고
산후동통(몸이 쑤시고 아픈 거 있잖아요)에도 효과가 있다지요.
사택 된장집 언덕받이에 섰는 생강나무에 매달려 가지를 꺾어주면
아래서 아이들은 봉오리째 꽃을 땄습니다.
이레를 그늘에서 말리고
여드레째 2-3시간 봄 햇살 아래 말리는 게 끝이랍니다.

국화(한국화)시간, 목수샘이랑 댓마 김희정엄마도 같이 했습니다.
국화샘의 칭찬에 고무된 종대샘,
학교 들어가서 젤 처음 받은 상이 그림 그리고 받은 거라며 으스대기도 했지요.
어른들의 수다에도 아랑곳 않고
우리의 어린 화가들은 말없이 꽃을 치고 있었답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하던 ‘우리가락’을
물날 2시로 옮겼습니다.
특정 가락은 하고 있는 건 아니고
그간 치던 느낌을 살리고 있습니다.
수영 역시 쇠날에서 물날로 옮겨왔지요.
겁이 많던 우리의 종훈선수,
이제 발차기를 해서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가고
류옥하다는 접영을 시도해 보는데, 뭐가 좀 어려운가 봅니다.

종대샘이 가마솥방을 자주 들어갑니다.
“전주 가서 텔레비전 요리 프로그램에서 봤는데...”
오늘은 골다공증을 위한 두부핏자라며
점심 밥상을 차렸지요.
별루 해본 적도 없다는 요리를 곧잘 하고
게다 맛까지 있는 걸 보면 감각이 있나 봅니다.
고향을 다녀온 샘이
지고추랑 무말랭이를 들고 와서도 잘 먹었지요.

어른들은 오후에 쓰레기분리수거장 정리도 하고
바람에 날려갔던 교문 머리의 “유”자도 달고
손이 못가 막힌 채 오래 있던 작은 씻는 곳의 세면대 하나도
기어이 고쳤지요.
아이들이 점심때마다 빛그림을 보는,
배움방에 있는 큰 텔레비전도(팝업텔레비전이라데요) 수리 신청을 했습니다.
저녁에는 공동체식구모임이 있었구요.

어둠이 내릴 녘, 마당에 내려서며 깜짝 놀랐습니다.
눈이 내린 줄 알았거든요.
천지에 어둠이 깔리며 덩어리를 진 것들은 죄 그것에 휩싸여 실루엣만 보여주는데
마당이 하얗더랬지요.
환한 겁니다.
누군가의 아름다운 비밀을 엿보는 것 같았지요.
자연이 선물하는 이 작은 순간들이
나날의 삶에 윤기를 더하는 여기는 대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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