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 4.쇠날. 맑음

조회 수 1441 추천 수 0 2007.05.21 22:16:00

2007. 5. 4.쇠날. 맑음


농로가 죄 포장입니다.
어디라도 시골이 그러하다 했습니다.
그런데 닦아놓은 길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거기 밭이 있는 이에게 편리하긴 하겠으나
산허리를 뚜욱 잘라먹고 구불구불 이어진 시멘트 길이
어울리지 않게 입은 옷맵시 같아 여간 불편하지가 않습니다.
마치 새마을운동으로 사라진 서낭당 꼴을 보는 듯하여
안타깝지요.
그 길을 덮던 흙이며
흙 위에 피고 지던 꽃이며 풀이며
다시 만나지 못할 존재들이지요...

“한 번 가 봐요.”
아이들이 그 길을 따라 숲을 가보자 합니다.
한참을 돌아서 가야하는 길이나
차를 타고 갈 수 있으니 단번에 가지요.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던 농로를
있으니 또 그 길을 차타고 달립니다.
누구를 뭐라 할지요.

숲을 오르다 봄이 가는 마지막 야생두릅을 땄습니다.
들고 간 누룽지를 아삭거리며
각시붓꽃 앞에 놓고 그림도 그립니다.
어린 거미가 나와 기웃거렸지요.
볕이 뜨겁기도 하였습니다.
둥굴레가 많이도 피었데요.
지칭개도 바삐 오르고 있었고
쑥방망이, 미나리아재비가 나란히 노란꽃을 피워대고 있었습니다.
오는 길엔 막 지고 있는 긴병꽃나무를 만났더랬지요.

이번학기 ‘넘의말’ 시간도 작년처럼 영어를 하고 있습니다.
형용사로 반댓말을 익혔지요.
이곳 저곳에서 그림을 찾아 같이 보여주니
아이들이 더욱 재밌어라 합니다.
오늘은 ‘연극놀이’도 하였네요.
흥부 놀부 이야기를 가지고 대사 만들기를 해봅니다.
대사에 성격이 배게 되니 배역연구도 되었겠지요.
이야기이어달리기를 하며 서사법도 배웁니다.
사람이 적으면 적은대로 재미가 있데요.
아이들의 즐거움과 유쾌함은 참으로 대단합디다.
아니, 이곳의 아이들이 대단습니다.
저리 즐거울 수 있다니...

2007. 5. 4.쇠날. 맑음
오늘 연극 시간에 힘빼기, 힘주기 또 흥부도 되고 놀부도 되고 그리하여 연극의
기초를 하였다. 수저로 먹는 법을 연극으로 하고 의자 가지고 뭔가 만들기 등등
많은 것들을 해서 좋았다. 재밌었다.

(3년 류옥하다)

지원 사업 하나를 신청하느라 종종거렸고,
IYC(국제청년캠프) 일정과 여름계자일정을 맞추느라 머리를 좀 싸맸습니다.
주로 여름과 겨울 계자를, 2주를 한 뒤 1주를 쉬는 구조로 하는데
3주를 내리 하는 올해가 되겠습니다.

고자리 이철수아저씨가 칡즙을 들고 왔네요.
“동네에 오는 길에...”
오며가며 밥을 맛나게 잘 얻어 먹었노라는 인사입니다.
또 점심을 먹고 갔으니 또 빚을 지셨네요.
그게 물꼬 전략이라지요.
일단 오면, 밥부터 멕입니다.
그 빚으로 움직이게 하고
갈 때 또 밥을 멕여 보내지요.
그 빚으로 다시 오란 말이랍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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