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글] 보내드리고...

조회 수 1046 추천 수 0 2008.05.08 17:16:00
아주 많은 것을 가슴에 담고 왔습니다.
도착해서 하다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눌 때까지 만해도-
첨 들어 본 호미로 고구마순 심을 밭고랑을 맬 때만해도-
옥쌤이랑 열무순, 상추 등을 솎아내며 비빔밥 재료들을 준비할 때만해도-
언제 우리가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바닥을 뒹굴며 또 놀아 볼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콧날이 찡한 순간을 맛 본 유쾌발랄한 기운이 솟구치던 대동놀이 시간만 해도-
대동놀이 시간에 흠뻑 취해
모닥불 피울 때 고기 구울 준비하라는 옥샘의 지시사항(^^)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놀이가 다 끝난 다음에야 ‘아차’싶어 후다닥 뛰어나와 분주하게
가져온 철판과 불판, 가스레인지에
상추, 고추, 고기등을 옮기느라 정신 없을 때만 해도-
(버너 대용의 간단버너에 불 피우다가 ‘확’ 불이 붙어 가슴이 철렁한데
기계치(?)인 성준아빠는 멀건히 바라보며 ‘왜, 안돼?’ 하고만 있고)
겁 없이 불 붙은 버너를 맨손으로 끄는 용기를 낼 때만 해도-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벌렁벌렁!
학교가, 아이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죽는 줄 알았답니다.
그만두라는 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너무 여유롭게
‘될 거 같은데요’라며 만지락거리던 병찬아빠의 손끝에서
요술같이 제대로 불이 붙어 잘 사용했지요.
그 때 그 순간에 성준아빠는 뭐 했나요?)
재래식 화장실 얘기를 들으며 기숙사동이 있다고 했지만 별 기대 안했다가
패치카가 있고 피아노가 있는 멋진 기숙사동에 들어 설 때만 해도-
코고는 제가 스스로 소파를 선택해 뒤척뒤척 잠 들었다,
아침녘에 혼자 가만히가만히 걸어 기숙사동의
상쾌한 아침 기운을 온 몸으로 받아 들일 때 만해도-
크게 세계평화 운운하지 않아도 내 스스로를 잠잠히 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은 시간이 되었던 100배 절명상을 할 때만해도-
그때그때마다
어, 이런 준비를.....너무 폐를 끼치는게 아닌가.....더는 아니겠지.....
그럴 때마다 새로운 준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성준아빠와 물꼬학교 방문 준비하고,
아침 6시에 일어나 출발해서 영동장을 돌며
시장에 상주하시는 분들이 아니라 작은 밭고랑에서 이거저거 캐 오셨을
할머니들을 찾아 상추며, 두릅 등을 사고,
첨 옥쌤과 만나 인사를 나눌 때까지도 이런 많은 준비를 하고 계셨을 줄 몰랐답니다.
그냥 자연과 벗하고 있는 학교에서 우리를 잠시 머물게 허락해 주신 거에 감사하고,
중간중간 전화 드릴때마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놀거리를 챙켜 주심에
감사하다는 생각만을 했었답니다.
더는, 더 많이는 감히 생각지도 못했지요.
돌아오며 성준아빠와 이렇게 많은 것을 준비하고 계신 것을 알았다면
차라리 첨부터 염치불구 옥쌤에게 온전히 다 맡길걸 그랬다 했습니다.
들꽃 순례를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산더덕을 못 캔 것도 아쉽고
모닥불 앞에서의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도 아쉽고......
저희는 아이들과 함께해서 너무도 행복했지만
부모와 함께 한 아이들을 이끄느라 1박2일이 5박6일만큼이나 힘드셨을
옥쌤에게 너무도 감사했다는 인사를 이리도 길게 늘어놨습니다.
함께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하구요.
돌아오는 길-
성준이와 성준아빠와 참 좋은 경험을 했다며,
절명상 시간의 그 잠잠한 마음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다음에 또 가도 될까요?(^^)

옥영경

2008.05.08 00:00:00
*.155.246.137

그럼요, 그럼요,
한 몇 해는 지금의 흐름처럼 작은 규모로 느긋이 살 것이라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노래하던 옛 시인처럼
그리 반갑기 더하다마다요.
오셔요.
늘처럼 여기 떡 지키고 있겠습니다.
다녀가시면 아니 되냐, 제가 더 물을 일이었습니다.
성준이도 퍽이나 탐이 나던 형아였지요.
저희 아이랑 좋은 연이 되면 좋겠습니다.

곁에서 같이 많이 움직여 기억이 젤 뚜렷하지요.
참 푹한 분을 만나,
식구 같아서 마음 쓰이지 않아,
얼마나 좋았던지요.
빗방울 오다가다하는 남새밭에서
도란도란 순을 뜯던 시간,
정토와 천국이 멀리있지 않았습니다.
좋은 시간을 함께 누림은 얼마나 고마울 일인지요.
제가 참... 말마다 고맙고 말마다 반갑고 말마나 좋다 합니다요.

성함을 몇 번이나 되내어봅니다.
부모는 흔히 누구 엄마 누구 아빠로 불리기 쉬워
예서는 부모 이름에다 엄마 아빠자를 붙여 서로 부르지요.
조재형아빠, 김옥길엄마, 이런 식으루요.
'김옥길엄마였구나...'
그러고보니 김동길님의 글을 읽고,
그의 누이 김옥길님의 얘기를 듣던,
고교시절 어느 한 때가 떠오르네요.

다시,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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