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1.해날. 맑음 / 낚시

조회 수 1604 추천 수 0 2007.11.19 07:31:00

2007.11.11.해날. 맑음 / 낚시


낚시 갔습니다.
공동체식구며 학교식구 모두 같이 가는
한 해 서너 차례는 되는 연례행사입니다.
산오름이야 학기 시작과 끝에 하는 필수과목인데 반해
이는 사정 따라 해오던 거지요.
헌데 올해는 해가 다 가도록 겨우 한 차례나 갔던가요.
그래서 지난 밥알모임에서
때늦긴 하나 오늘 가자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믐이 막 지난 때여
날도 추운 칠흙 같은 밤에 무슨 청승일까며
다음으로 미루어졌더랬지요.
애들이 몹시도 아쉬워했습니다.
“그럼 해날 세시에 모여라.”
“저는 라면 가져올게요. 다섯 개!”
그래서 주말 다니러온 종대샘과 젊은할아버지랑
아이들이 모두 나서게 됐던 겁니다.
너출봉으로!

미욱하여 그러한지
이 물가에서 가슴까지 스미는 물소리 앞에 서면
연암 박지원의 글 한 구절이 꼭 떠오릅니다,
물소리가 사람 마음에 따라 어찌 달리 들리는가 하는.
겨울 들머리 이 저녁은
마음에 거스름이 아무것도 없나 봅니다.
물이 거침없이 바닥까지 다 쓸며 흘러가니 말입니다.
서러운 듯한 찬바람이나
한편 개운한 북어국물 같은 저녁입니다.

어마어마하게 잡았지요. (글쎄...)
가자마자 말입니다. (글쎄...)
“매운탕은 돌아가서 먹자.”
날 몹시 찼기도 찼던 까닭이지요.
불부터 피우고 물을 끓였습니다.
남았던 삼겹살도 실어갔던 참이지요.
굽고 끓이고 저녁을 먹습니다.
김천에서 왔다던,
덜덜 떨고 있던 낚시꾼 둘에게
따뜻한 국물과 소주도 나누지요.
그 답례가 쏘가리, 꺾지, 붕어, 피라미가 한 가득 든 들통이었더이다.
우리들의 낚시를 대신해준 그들이었던 게지요.
물소리가 솜에 젖는 물처럼 몸에 스밉니다.
찬만큼 맑습니다.
저문 강가에서 따뜻한 국물은 천하 최고의 음식이지요.
“참 좋네.”
처음 와 본 종대샘은 연방 감탄입니다.
물소리를 곁에 두고
깊은 가을 숲을 두르고
해지는 하늘과 좋은 사람들과...
신선놀음이 따로 없지요.
곧, 어둑해지는 강을 떠나는 걸음들이 쟀지요.
강고기를 다듬어 절반은 얼리고
나머지는 앞집 할멈네서 무를 뽑아다 썰어 넣고
군침이 도는 매운탕으로 뚝딱 내놨네요.
고래방 영화관에서는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 흘렀습니다.
좋기도한 밤이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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