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2.불날. 계속 눈
집도 묻혀버릴 것만 같습니다.
아이들이 가기 전 이리 내려주었음 더 좋았을 걸...
올해는 어째 탁상달력이 귀하더니
(아직도 몇 개 더 필요한데
혹여 누구에게 노는 게 있다면 보내줄 수 있으시려나...)
또 그걸 어찌 알고 좋은 달력 하나 왔습니다.
유상샘의 선물입니다.
물꼬와 인연을 맺을 무렵 대학 1학년이었던 그가
학교를 졸업하고 교사가 되었고
사람을 만나고 혼례를 올렸고
그리고 아이를 가졌습니다.
그 시간들이 고맙습니다.
이철수 판화달력은 그 기능으로도 훌륭하지만
하나 하나가 시이고 금언입니다.
밥그릇에 천지현황이 다 들었지 않더냐 물으며
정월을 시작하고
‘큰 고기는 눈 없고 입 없어 미끼를 물지 않는다며
대어를 가르침을 전하고’
커튼 열었더니 밖은 벌써 밝았더라
기지개 켜고 춘삼월을 시작하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바람 부는 날
박주가리 홀씨
제 갈길 가는 날 (이철수님, ‘바람 불어 좋은 날’)
당신 댁에는 어항에 물고기 기르지 않는답니다.
맑은 개울 가서 보라네요..
꽃이 와서 저물도록 피는 당신 마을이
이 대해리이기도 하더이다.
당신 판화그림 속 이야기는 이 산골 삶만 같아
반가움이 더 하답니다.
눈이 좀 멎는다 싶으니
마을 어르신들이 눈 썰자 하였습니다.
눈을 치우러 나갑니다.
밥 하나를 먹는 것도 해우소를 한 번 가는 것도
방을 하나 데우는 데도 일이 많은 이곳입니다.
단순한 삶이라니요.
그러나 맞습니다.
절차상으론 복잡하고 내용상으로는 당순한 거지요.
‘번거로운 단순함’ 말입니다.
눈은 며칠은 그치치 않고 내릴 기세입니다.
한동안의 이 산 속 고립이
깊이 침잠하여 안을 강건케 하는 데 한 몫하겠습니다.
참, 종대샘은 이 눈길을 뚫고
금산으로 또 떠났습니다.
내부공사가 아직 남은 모양입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