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6.해날. 맑다 한밤중 비

조회 수 1245 추천 수 0 2008.04.20 08:37:00

2008. 4. 6.해날. 맑다 한밤중 비


“꽈악꽈악”
간장집을 지켜주던 두꺼비가 있었습니다.
존재를 잊을 만하면 울어주던 그였지요.
아주 가끔 젖은 봄날에 모습을 드러내
우리를 놀래켜주기도 하던 그가
오늘은 밤늦게 가마솥방 앞에서 울었습니다.
간장집에서 이사를 내려온 건지
잠시 나들이라도 온 건지
아니면 새로이 등장한 친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여기를 지켜주러 왔나 봅니다.

“여 살아도 생전 나올 일이 없다니까.”
네, 학교 마당을 나가보지도 못하고 사는 날이 허다하지요.
오늘은 점심을 먹은 뒤 식구 몇이 동네 한 바퀴 돌기로 합니다.
진돗개 장순이를 앞세우고
젊은할아버지도 종대샘도 류옥하다도 그리고 저도 따라갔지요.
“들깨 씨 좀 주까?”
유모차할머니가 반겨주십니다.
옛적 소사아저씨네 할머니를 아이들은 이제 이리 부릅니다.
다리가 아파 유모차에 의지해서 다니시거든요.
“오데 가?”
괭이를 매고 가시던 송종국아저씨도
다들 웬일인가 싶으신 모양입니다.
트럭을 끌고 가던 재국이 아저씨한테
목수샘을 소개시켜도 주었지요.
“버섯동 관리며 이것저것 좀 가르쳐주세요.”
“그냥 하면 되지, 뭐.”
먼저 해본 사람이 선생이다마다요.

길 건너 새로 지은 집까지 갑니다.
구미 사는 사람이 내 건너에 짓고 있다는 집이지요.
울타리에 당사철을 심고 있는 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이사를 올 건가요?”
“어디요, 여름에만 별장으로 쓴다데요.”
“며칠 있으려고 이렇게 좋은 집을 지어?”

“안녕하세요?”
쌍둥이네할머니가 밭을 쪼고 계십니다.
쌍둥이 아들들이 이제 손주들까지 낳아도
여전히 젊은 새댁 부르듯 ‘쌍둥이네’라 불리십니다.
상설학교로 문을 열던 첫 해 포도밭을 빌려주기도 하셨지요.
이듬해 포도를 패 내고 한 켠에 감나무를,
다른 켠은 채소밭으로 쓰고 계십니다.
황간에 나가 손주들을 돌보지만
주말이면 이렇게 들어와 밭에 나가 계시지요.
“쪽파가 실하네요?”
“없어? 좀 주까?”
그래서 팔 가득 얻어옵니다.
“이것도 좀 뿌려 봐.”
갈무리 해두셨던 호박씨와 아욱씨도 얻어왔지요.
버스 타고 나가실 무렵 류옥하다 편에
포도즙을 몇 개 챙겨 보내드렸답니다.

어, 그런데 장순이가 이상합니다.
잘 걸어가다 밭 가 거름더미 속으로 줄을 끌더니
몸을 마구 비벼댑니다.
“자기한테 필요한 게 저기 있나 봐.”
충분히 저하고 싶은 대로 두지요.
한참을 그러다 나오는 그의 몸을 털을 뒤져가며 찬찬히 살펴봅니다.
상처가 있네요.
저렇게 자기에게 필요한 걸 찾을 줄 아는 것,
교육 안에서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이기도 하지요.

남도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거기 불났다면서? 너거 동네 아이가?”
영동 상촌에 불났답니다.
임산이라네요.
8시 뉴스를 들으며 혹여 우리 동네이기라도 할까
걱정하는 어르신들이셨습니다.
11시에 집에 들고 나니 빗방울이 굵게 떨어집니다.
이 비에 불이 좀 잡힐 수 있을지...

아침, 작은 소란이 있었더랬습니다.
이곳에 살면서
학교에 관련된 식구들 사이에서 그런 광경을 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하겠다고 해놓고 왜 안하느냐, 못 하겠다,
그렇게 남자 어른 둘이 음성이 높아지고
급기야 아주 주먹도 휘두르겠습디다.
엄밀하게 말하면 공동체식구들끼리는 아니고
공동체 안사람과 바깥사람의 갈등이었지요.
그것도 한 사람은 아직 이곳 식구도 아닌
공동체에 대해 이제 막 시작된 관심으로 공부를 해가고 있는 중입니다.
뭐 삶에 일어나는 어떤 일인들 공동체 안에서라고 일어나지 않을까요.
다만 좀 더 빨리 알아차리고 문제의 본질을 더 잘 보고
무엇보다 자신의 내부로 눈을 돌리며 ‘정말 그러한가’ 묻고 또 물으며
해결로 나아가는 마음의 과정을 잘 밟는다는 게 좀 다르다면 다르겠지요.
집안의 시끄러움에 마음이 가라앉더니,
또 달리 생각하니 건강한 일이다 싶데요.
갈등이 밖으로 표출(그것도 가장 좋지 못한 방식으로)된 것은
‘이제 반드시 해결해야할 때’라는 말이기도 하겠습니다.
때로는 억지로 끌고 가는 건 서로 무리가 있지요.
아니다 싶을 때 관계를 내려놓는 것도 지혜이겠습니다.
지금은 교통정리가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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