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3.불날. 흐릿

조회 수 1079 추천 수 0 2008.06.23 16:02:00

2008. 6. 3.불날. 흐릿


아이가 오늘은 혼자
자기 한해 연구주제를 가지고 ‘스스로공부’를 하는 날인데,
책방에서 자료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읍내 나가느라 인사를 하러 얼굴을 내밀었더니 그러데요.
“책에도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읽었던 책도 다시 읽어보면 다른 구절이 보이고
읽었던 구절이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지요.
책의 매력이겠습니다.
하기야 세상 다른 것들도 다르지 않지요.
나이에 따라 정황에 따라 사물이 다르게 읽히기도 하지요.
구석이 있다는 걸 발견한 아이의 기쁨에 덩달아 기뻐
운전하는 길이 발랄해지데요.

요즘 한 사람의 고통을 같이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 고통을 입었을 때
단지 그 고통의 순간 뿐 아니라 또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 고통을 키웁니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곱씹고 또 곱씹으면서,
자기가 당한 억울한 처사를 생활 구석구석에서 끊임없이 마주하면서
점점 고통을 확대하고 증폭시키지요.
그래서 고통은 끝없이 살아 움직여 더욱 고통스러워지는 겁니다.
아, 무슨 짓이란 말입니까.
어디 남의 일이기만 하겠는지요.

간간이 물꼬의 과학일반샘이 돼주는 선배랑 통화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가만 있자, 지금 내가 뭘 찾고 있거든.
가끔 수업을 나가는 거기 학교가 어디랬지?
... 그 학교에 ***교수라고 있지?”
“어, 알아요.”
“그 친구 내 동긴데...”
이런 이런,
수업이라고는 오리엔테이션 한 시간을 들어가 보았을 뿐이지만,
꼭 들어보리라 맘 먹고 있는 강의의 선생님이십니다.
수업도 열광케 하고(맞습니다, 자고로 교수의 최고는 역시 수업 아니겠는지요)
온화함으로 학생들을 안아내는 분이라는 걸 읽을 수 있었던 분이십니다.
그런데 아주 절친한 선배의 또 가까운 동기라니,
아, 세상 좁습니다, 그리고 재밌습니다.
가서 인사하라 하기,
“형, 안되겠다. 만약에 시험 쳤는데 형편없으면 민망하잖아.”
그렇게 웃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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