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조회 수 4374 추천 수 0 2003.11.04 23:01:00
사람들이 자주 물어옵니다.
문화생활로부터 너무 멀어서 건조하지 않냐구요.
무엇보다 서울로부터 멀어져서 그게 젤 아쉽지 않냐구요.
음...

또는 너무 단조롭지 않냐구요.
단조롭고 싶어 이리 사는데
정작 나날이 벌어지는 일들이 그렇지 못하게 하는 대해리네요.

문화생활요?
여기여서, 여기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도 그리 없지는 않습니다요.
지난 8월 26일에는 무주반딧불축제에 갔댔지요.
가도가도 고자리라는 고자리를 지나 도마령 800고지를 넘어
저 아래 구름이 걸렸데요,
길은 정말 구절양장에...
아, 그 너머 산 끝에 무주가 있더라니까요.
대장장이 아저씨 만나서 언제 학교에도 오십사하고
산싸리 인동초로 바구니 짜는 아줌마들한테선
밥 얻어먹고 엮는 법도 배울 사나흘짜리 배움허락도 받아두었지요.

8월 28일엔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기념으로 열린
김천국제예술퍼포먼스페스티벌에도 다녀왔습니다.
한밤에 얼마나 신명들이 났던지...

같은 달 30일에는 자계예술촌에서 하는 연극도 보러갔지요.
연극이 끝난 뒤, 밥도 먹고 곡주도 받고.
보일러공사 끝내놓고 간다고
먼지로 덮힌 옷을 털고 세수하고들 서둘러 나섰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그 기분을 어떻게 묘사해야 아실지,
일과 예술이 함께 하는 날을 오래 꿈꾸었고
이제 그렇게 살게 된 자들의 기쁨을...

9월 24일에는 직지사에서 한 산사음악회를 다녀왔지요.
산속에서 보낸 밤인데도
쌀쌀할 수 없었던 가을밤이었습니다.
김광석의 키타반주에 너나없이 넋을 잃더이다.
장사익샘도 뵙고 왔구요.

9월 26일은 영동 국악당에서 마당극 배비장전이 있었습니다.
마당극을 무대에서 하는 한계에다가
소란한 관객들이 걸리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푸지게 즐기다 왔지요.

그래요,
그러저러 삽니다.
건조하지 않게요.

그런데,
정작 더한 풍성함은
바로 대해리를 둘러친 하늘과 산과 들과 길들이 주는 것입니다.
여기, 온통 촉촉해요.
건조하다니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02 똥 푸던 날, 5월 6일 옥영경 2004-05-12 2535
6601 165 계자 닷샛날, 2020. 1.16.나무날. 맑음 / ‘저 너머 누가 살길래’-마고산 옥영경 2020-01-28 2530
6600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521
6599 대동개발 주식회사 옥영경 2004-01-01 2515
6598 서울과 대구 출장기(3월 5-8일) 옥영경 2004-03-10 2514
6597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496
6596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472
6595 경복궁 대목수 조준형샘과 그 식구들 옥영경 2003-12-26 2465
6594 김기선샘과 이의선샘 옥영경 2003-12-10 2439
6593 장미상가 정수기 옥영경 2004-01-06 2435
6592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38 계자 옥영경 2004-01-06 2430
6591 122 계자 이튿날, 2007.12.31.달날. 또 눈 옥영경 2008-01-03 2416
6590 물꼬 사람들이 사는 집 옥영경 2003-12-20 2407
6589 새금강비료공사, 5월 11일 불날 옥영경 2004-05-12 2406
6588 장상욱님,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343
6587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325
6586 [바르셀로나 통신 3] 2018. 3. 2.쇠날. 흐림 / 사랑한, 사랑하는 그대에게 옥영경 2018-03-13 2324
6585 주간동아와 KBS 현장르포 제 3지대 옥영경 2004-04-13 2301
6584 새해맞이 산행기-정월 초하루, 초이틀 옥영경 2004-01-03 2284
6583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27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