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조회 수 4643 추천 수 0 2003.11.06 09:59:00

요즘, 물꼬의 대해리 가을날을 분양해주고 있습니다.
당신이 어제 본 바로 그 하늘도 저희가 나눠드린 것일지 모르겠네요.
고마우면, 어떻게 행동해얄지를 아시지요?

어제는 문전박대를 무릅쓰고
두 분이 불쑥 찾아오셨더랬습니다.
세상 좁기로야 뭐 새삼스럴 것도 없지만
햐, 우습데요,
십년도 더 전에 서초동에 있는 아이들과 글쓰기모둠을 꾸린 적이 있는데,
바로 그들 가운데 한 아이가 박완기였지요.
그의 어머니와
계절학교에 자주 오고 있는 우리 이유민의 아버지가
수년을 같은 모임에서 봉사를 해 왔다더이다.
"모자상봉이 따로 없네!"
얼싸안고 눈물바람 오래인데
뒤에서 공부방에 오는 민근이가 한마디 던집니다.
유민의 아버지 이충제님이 '우리 학교 큰틀'을 보시고
학교안내하는 날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기어이 차를 끌고 나섰는데
완기의 어머니도 언제 한 번 오냐고 걸음을 하신 거랍니다.
"기억하실까..."
그랬다는데,
방배역에서 버스 몇 정거장을 걸어오르던 그 길을
어찌 잊는답니까,
완기, 보라, 동현이, 진일이, 영란이,
그 아이들이 어찌 잊힌단 말입니까.
아직 대학운동의 땟자국이 줄줄 흐르던 때라
어머님들은 의식화(?)를 우려하는 가운데
그 아이들의 지지가 모둠을 오래 끌고 가게 하였지요.
완기는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연락을 해왔더랬습니다.
초등 6학년이 마지막 만남이었는데.
그러나 학교를 옮기고 하며
풀지않은 잡동사니 상자안에 그 연도 싸였던가 봅니다.
그런데 이리 만난거지요.
그 아이 지금 양평에서 군복무중이랍니다.
정작 이 학교에 아이가 입학하느냐 마느냐
걱정많고 생각많은 유민의 아버지는
저만큼에 앉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해왔더랬습니다.
십년도 더 오래전에
한 가난한 젊은이가 꾼 꿈이
기어이 사람을과 같이 이뤄지더라는 확인은
희망 한가닥이기에 충분할 지 모른다는.
저희 학교가 문을 여는 것은
우리가 만나왔던 아이들에게
희망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완기가 보고싶습니다.
그 아이들이 무지 그립습니다.

밤늦게 돌아가시는 걸음,
무사했을 테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494 5월 20일, 북한 룡천에 보낸 돈 옥영경 2004-05-26 1743
6493 5월 20-21일, 색놀이에 빠진 아이들 옥영경 2004-05-26 1771
6492 5월 21일 쇠날, <오늘의 한국> 취재 옥영경 2004-05-26 1608
6491 5월 22일 흙날, 대구출장 옥영경 2004-05-26 1948
6490 5월 23일, 모내기와 아이들이 차린 가게 옥영경 2004-05-26 1669
6489 5월 25일 불날, 복분자 옥영경 2004-05-26 1988
6488 5월 26일, 부처님 오신 날 옥영경 2004-05-31 1796
6487 5월 27일, 손말 갈무리 옥영경 2004-05-31 1595
6486 5월 28일, 봄학기 마지막 날 옥영경 2004-05-31 1495
6485 5월 29일-6월 6일, 찔레꽃 방학 옥영경 2004-05-31 1649
6484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221
6483 5월, 부엌에서 옥영경 2004-06-04 1553
6482 5월 31일주, 들에서 옥영경 2004-06-04 1563
6481 5월 31일, 권유선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04 2203
6480 찔레꽃 방학 중의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6-04 1941
6479 "계자 94"를 마치고 - 하나 옥영경 2004-06-07 1971
6478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535
6477 6월 6일, 찔레꽃 방학을 끝내고 옥영경 2004-06-07 2068
6476 6-8월 여름방학동안은 옥영경 2004-06-11 1647
6475 6월 7일, 조릿대집으로 재입주 옥영경 2004-06-11 148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