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 4.흙날. 꾸물럭
안동을 넘어갔다 왔습니다.
국제탈춤페스티벌이 한창이었지요.
공연도 많고 전시회도 많고 체험거리도 많았으나
뭐가 있나 스윽 둘러만 보고 서둘러 돌아왔지요.
그야말로 사람구경이었네요.
아, 잠시 굿판을 기웃거리기는 했습니다.
다른 식구들은 별 관심이 없어 전시회들을 둘러보고 있을 적
혼자 나이든 사람들 틈바구니에 껴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더랬는데,
참 신기하데요.
내림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무녀의 춤을,
그것도 그저 위아래로 뛸 뿐인 그야말로 뜀뛰기였는데,
그걸 그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물론 앞서 작두타기도 있었다고는 했으나
저 아무것도 볼 것 없는 춤을 모두 뚫어져라 보고 있더란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말이지요,
그 하잘것없겠는 단순한 뜀뛰기가 묘한 감동을 줍디다.
그래서 또 신기했지요.
어릴 적 집안 멀지 않은 핏줄에 그런 양반이 한 분 계셨는데,
새마을운동에 떠밀려 달아났던 그 세계가
새삼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세계에 대한 연민일수도 있고
그간 기울여오던 사라져가는 사람의 기술들을 지켜내려던 노력의 한 가지로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언제 굿판 하나 보러 꼭 가야겠습니다.
서둘렀습니다.
대해리로 돌아오기전 들린 곳들이 있었지요.
먼저가까운 곳 유기농 포도즙을 하는 곳에 갑니다.
몇 분이 포도즙을 부탁했는데,
올해 우리는 즙을 전혀 짜지 못했습니다.
대신 이웃의 것을 보내드리마 했더랬지요.
우리 것 또한 다른 농가를 대신해서 도시로 나가기도 했더랬지요.
다음은 영동역으로 갑니다.
서울에서 품앗이 무열이와 운지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그 아이들,
이제 그 이름들 뒤에 샘자 붙여주어야 하는 품앗이들이지요),
그리고 진주에서 수민네가 기차를 타고 와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밤 9시, 모이기로 한 사람들이 죄 가마솥방에 앉았습니다.
부천의 민혁이네까지 더해졌지요.
인연이 재밌습니다.
민혁이네는 기락샘의 고교 때 은사님의 친구 분쯤 되려나요.
아이 키우니 이런 현장에서 또 보게 되는 게지요.
오는 길에 먹은 저녁들은 아무래도 부실했을 것입니다.
서둘러 뭘 좀 끓여내고 곡주도 한 잔,
오랜만에 떠들썩한 대해리의 밤이었네요.
한의사에 침구사를 더하니 의술에서부터
학교 선생도 있고 아이들도 같이 키우고 있으니
구석구석 사는 이야기들이 깁니다.
꽤 폭넓은 주제들이었지요.
퍽 유쾌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사이를 민혁이와 지윤이와 하다가 누비고 다녔지요.
고마운 시간들입니다.
자정이 넘어 달골 햇발동에 모여서도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더니
벌써 동이 트고 있던 걸요.
닮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었던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