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 8.물날. 맑음

조회 수 1286 추천 수 0 2008.10.20 04:53:00

2008.10. 8.물날. 맑음


고구마를 캤습니다.
지난 봄 서초FC 식구들이 와서 같이 심은 것입니다.
너무 가물어 몇 고랑은 몇 날 뒤 더 심기도 했댔습니다.
그런데, 수확량이 참...
산에서 내려온 고라니가 먹고(멧돼지는 또 아니 먹었을까요?)
땅에선 굼벵이와 두더지가 먹고
그리고 달랑 그게 남았습니다.
종자보다 적겠다고들 합니다.
서글픔이 좀 일기도 하였지요.
그런데 그거면 또 그것만큼 먹으면 될 일입니다.
어차피 돈사자고 하는 일이 아니니
그리 타격일 것도 아니지요.
쌀이야 아직 도가지에 있고,
곧 거둘 벼가 있으니 먹을 일이 걱정일 것도 아니지요.
“그래도 우리 식구들 쪄먹고 튀겨먹고...”
아이의 저 긍정성 좀 보셔요,
참 많이 보고 배울 아이라는 존재들입니다.

귀농을 하려는 모임 사람들이 답사 다녀갔습니다.
공간을 빌려달라는 것이었고
(하필 이웃에서 유기농사 짓는 분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지요),
분명하게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말했지만
막무가내 다만 공간만 내주기만 하면 된다 했습니다.
이 공간이 정말 필요하다고 하니 또 별 수 없이 내준다 합니다,
화목보일러가 되지만 그때 우리가 불을 때줄 수는 없다고 전하고.
“학교와 달골을 다 쓰실 수는 있는데...”
둘러보더니 양쪽으로 나뉘면 시선이 분산되겠다고
아래만 쓰겠다 결정했습니다.
이곳의 시월의 밤이 만만찮다고 극구 말려도
한사코 잘 견뎌낼 수 있다 합니다.
우리가 뒷바라지를 따로 할 수 없다,
물꼬 논두렁이 아니라면 공간을 빌려주거나 하는 일도 하지 않는데
귀농을 하려는 이들의 모임이라니 말 그대로 공간만 내 준다,
그렇게 내놨습니다.
공간이용료는 물꼬 후원을 하는 걸로 대신하라 했지요.
잘한 짓인가 모르겄습니다.
그래도 달골 창고동에서 자라고 간곡히 말했어야하는 건 아니었을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734 2015. 2. 5.나무날. 구름 옥영경 2015-03-10 658
1733 2015. 2. 1.해날. 바람 차고, 맑았다 옥영경 2015-02-27 658
1732 2014.12.31.흙날. 눈 옥영경 2015-01-06 658
1731 2014.12.30.불날. 흐림 옥영경 2015-01-06 658
1730 2014.12.24.물날. 흐림 옥영경 2015-01-04 658
1729 2014. 8.20.물날. 나흘째 비 옥영경 2014-09-20 658
1728 2014. 4.24.나무날. 흐려간 오후, 그리고 몇 방울의 비 옥영경 2014-05-23 658
1727 2014. 2. 9.해날. 눈 옥영경 2014-02-28 658
1726 2019. 3. 1.쇠날. 미세먼지로 긴급재난문자가 울리는 옥영경 2019-04-04 657
1725 2015. 5.2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07-08 657
1724 2015. 4. 7.불날. 비 옥영경 2015-05-07 657
1723 2014.12. 4.나무날. 다시 눈발 옥영경 2014-12-18 657
1722 2014. 8.21.나무날. 비 옥영경 2014-09-20 657
1721 2014. 4.14.달날. 맑음 옥영경 2014-05-15 657
1720 2월 빈들 닫는 날, 2013. 2.23.해날. 맑음 옥영경 2014-03-11 657
1719 2014. 2. 7.쇠날. 흐리다 저녁부터 눈 옥영경 2014-02-28 657
1718 2019. 4. 3.물날. 맑음 / 아비의 마음 옥영경 2019-05-07 656
1717 2015. 6.21.해날. 소나기 한 줄기 옥영경 2015-07-23 656
1716 2015. 6.14.해날. 아침 쥐꼬리 소나기 옥영경 2015-07-20 656
1715 2015. 6.10.물날. 가끔 구름 옥영경 2015-07-14 65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