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샘, 그리고 경옥샘과 윤희샘

조회 수 3196 추천 수 0 2003.11.27 17:53:00

< 하다 겨울 입을 거리 장만한 이야기 >

11월 17일 달날,
변산을 떠난 지 일곱 시간만에 대해리 들어오니
서울서 신길샘 와서 책장 짜는 일을 도운 지가 다섯 시간됐답니다.
사회과학을 공부하던 모임에서 그를 만난 게 80년대가 저물던 무렵이니
무려 십오년지기는 되나 부네요.
귀국했단 소식이 그에게 닿자마자 앞뒤없이 바로 내려온 참입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는 하다고 몸무게는 26킬로그램,
여덟 살 키에 아홉 살 몸무게라고 하데요..."
그래서 하다 주려고 사 둔 겨울점퍼를 얼른 가서 바꾸었더랍니다.
하마터면 옷이 작아 서울 다시 올라갈 뻔하였다고.
일산 '들꽃을 가꾸는 사람들'에서 부엌공사에 힘 보탤 장정들도 내려와서
밤새 마당에 불피우고 지나간 노래들을 부르거나 들으며
아이들 이야기 세상 이야기 같이 나누었습니다.
물꼬에서 보기 드물게 술잔도 돌렸네요.
동이 틀 때 학교를 나서던 신길샘 봉투를 내밉디다.
"밀린 논두렁 회빕니다."
수북한 돈다발이었던 겁니다요.
잘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얼마 전엔
오랜 시간 물꼬 두레일꾼으로(94년 품앗이일꾼으로 시작해서) 고생하다
우리를 두고 시집 가버린(?) 물꼬 3대 부엌지기 경옥샘이
하다 겨울에 얼릴까 두툼한 겨울 옷 한 벌에 내복 말아 보내왔습니다.
작업복도 몇 벌 같이 동여서.
눈 오기 전 털신도 찾아보낸다 합니다.
고맙다마다요.
본 지 참 오래 되었습니다.

그 얼마 전엔
역시 물꼬의 오랜 두레일꾼(역시 94년 품앗이일꾼으로 시작해서) 윤희샘이
하다 옷가지를 꾸려보내왔습니다.
연극 공연 한다고도 정신 없을 것을.
귀국한 지 얼마 안된 때 윤희샘 내려왔을 무렵
옷이 젖어있는 하다한테 그랬다네요.
"야, 옷 갈아입어."
"갈아입을 옷이 없는데..."
옷장을 들여다보니 텅비었더랍니다.
여기 서울이며에서 보내준 옷상자가 더러 있는데도
짬이 없어 입힐 옷들을 찾아두지 못했던 때였지요.
애 당장 입을 옷도 없다고
부랴부랴 예 제서 옷가지를 사고 얻고 꾸려보내왔습니다.

하다 겨울 입을 거리는 이리하야
다 준비가 되었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554 2024. 1. 2.불날. 흐림 옥영경 2024-01-08 281
6553 2024. 1. 1.달날. 흐림 옥영경 2024-01-08 298
6552 2023.12.31.해날. 흐림 옥영경 2024-01-07 296
6551 2023.12.30.흙날. 비 옥영경 2024-01-07 288
6550 2023.12.29.쇠날. 미세먼지로 뿌연 옥영경 2024-01-07 308
6549 2023.12.28.나무날.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 옥영경 2024-01-07 297
6548 2023.12.27.물날. 맑음 옥영경 2024-01-07 352
6547 2023.12.26.불날. 맑음 옥영경 2024-01-07 280
6546 2023.12.25.달날. 눈 멎은 아침 옥영경 2024-01-07 283
6545 2023 겨울 청계(12.23~24) 갈무리글 옥영경 2023-12-31 376
6544 청계 닫는 날, 2023.12.24.해날. 가만히 내리는 눈 옥영경 2023-12-31 415
6543 청계 여는 날, 2023.12.23.흙날. 맑음 옥영경 2023-12-31 331
6542 2023.12.22.쇠날. 맑음 옥영경 2023-12-31 296
6541 2023.12.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3-12-31 271
6540 2023.12.20.물날. 눈 옥영경 2023-12-31 281
6539 2023.12.19.불날. 흐림 옥영경 2023-12-31 271
6538 2023.12.18.달날. 갬 update 옥영경 2023-12-24 292
6537 2023.12.15.~17. 쇠날~흙날. 비, 우박, 눈보라 / 화목샘의 혼례잔치 옥영경 2023-12-24 426
6536 2023.12.14.나무날. 비 옥영경 2023-12-24 302
6535 2023.12.13.물날. 맑음 옥영경 2023-12-24 29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