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7.불날. 맑음

조회 수 1293 추천 수 0 2009.02.06 15:58:00

2009. 1.27.불날. 맑음


눈은 좋습니다, 참 좋습니다.
그러나 사나흘이나 내린 뒤 얼어붙어 있으면
살림이 너른 이 산골은 어려운 일이 한둘이 아니지요.
그런데 날이 푹한 덕에 경사로도 미끄럽진 않습니다.
그것도 아주 푹하지는 않아 고스란히 눈을 유지하며 있답니다.
고맙습니다.

오는 2월에 제자 승아와 정순이가 혼례를 올립니다.
물꼬의 계자 첫 세대이고 새끼일꾼 첫 세대입니다.
‘자유학교를 준비하는 모임 물꼬’ 시절
새로운 학교와 공동체를 꿈꾸던 시간들을 같이 보낸
긴 날들의 친구이기도 합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그리고 이제 한 가정을 이룹니다.
고맙습니다.

눈길을 헤치고 소정샘이 갔습니다.
배려가 몸에 익은 친구입니다.
그의 ‘배려’를 보면 겸손과 진심을 담고 있어
편해서 더욱 좋습니다.

산골에서 영화 귀하다고 좋은 영화들을 준비해오기도 하고
설이라고 한과를 가져오기도 했으며
차를 즐기는 곳이라고 찻상받침도 챙겨왔더랬습니다.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도 귀했습니다.
허물에 대해 솔직할 때 도리어 사람이 빛나지요.
우리는 우호적이지 못한 한 인간관계에 대해 얘기했는데,
치졸한 줄 알면서 그리하고
유치한 줄 알면서도 그리 되는,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그런 모습을 서로 자꾸 끄집어내는,
그래서 때로는 안 되는 관계도 있다는 걸 알게 되고 하는
그 특정 관계를 통해 결국 스스로를 본다 했습니다.
그건 또한 저 역시 가진 한 관계의 모습이기도 했지요.
그런데 그 부정적인 내용을 통해
외려 얘기 나누는 서로는 긍정적인 관계가 됩디다.
고맙습니다.

기락샘도 서울 올라갔습니다.
그 편에 하다도 집안 어른들께 세배드리러 갔네요.
설을 쇤 산골은 다시 고즈넉해졌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914 2007. 4.16.달날. 비 옥영경 2007-04-27 1224
4913 2012. 2.28.불날. 흐린 하늘 옥영경 2012-03-07 1223
4912 2011.11.27.해날 / 11월 빈들모임 옥영경 2011-12-05 1223
4911 2011.11. 8.불날. 입동, 안개 자욱한 아침 옥영경 2011-11-17 1223
4910 2011.10.10.달날. 희붐한 하늘 옥영경 2011-10-21 1223
4909 2011. 4.13.물날. 맑음 옥영경 2011-04-23 1223
4908 2011. 1.26.물날. 맑음 옥영경 2011-02-05 1223
4907 9월 1일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5-09-14 1223
4906 7월 9일 흙날 비, 비 옥영경 2005-07-16 1223
4905 11월 27일 흙날 맑음, 밥알 반짝모임 옥영경 2004-12-03 1223
4904 2012. 3.19.달날. 덥기까지 한 봄날 / 류옥하다 옥영경 2012-04-07 1222
4903 2012. 2.17.쇠날. 맑음 옥영경 2012-02-24 1222
4902 2011.10.12.물날. 흐려지는 오후 옥영경 2011-10-21 1222
4901 2011. 6.26.달날. 비 옥영경 2011-07-11 1222
4900 2009. 2. 1.해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222
4899 2008. 3.10.달날. 맑음 옥영경 2008-03-30 1222
4898 2008. 2.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03-07 1222
4897 2007. 8.31.쇠날. 비 옥영경 2007-09-21 1222
4896 2007. 6.19.불날. 무더위 옥영경 2007-06-28 1222
4895 2007. 2.12.달날. 맑음 옥영경 2007-02-16 122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