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5.나무날. 비 / 경칩

조회 수 1226 추천 수 0 2009.03.17 09:15:00
2009. 3. 5.나무날. 비 / 경칩


비가 부슬거렸습니다.
돼지감자를 좀 더 캐냈습니다.
집으로 들자 빗방울 제법 굵어졌네요.

가물기는 가물었던 모양입니다.
경칩이면 젖은 길로 개구리들이 뛰어다닐 텐데,
그러면 폴짝이며 뛰는 그들을 피해 차 속도는 더욱 느려질 텐데,
오늘은 더 더디게 차를 몰아보지만 뵈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 저녁에 아이가 외쳤지요.
“엄마, 들었어?”
이미 온 마을을 채운 그 소리를 못 들었을 리 없지요.
네, 개구리 등장입니다.
그래도 경칩이었던 겁니다.
어둠이 내리는 산마을을
비로소 그들이 봄으로 채웠지요.
아, 봄입니다!

한 친구가 어렵게 대학을 다니고 있었지요.
휴학을 했다는 전갈을 받고
그렇게 다니던 긴 대학생활이 있기도 해서
남의 일이 아니었답니다.
더구나 물꼬에 큰 도움꾼이기도 했고
선하여 그런 사람이 꼭 교사가 되어야 한다 싶던 사범대 학생이지요.
그의 등록을 도울 길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우리가 모두를 구제할 수는 없지만
하나를 구할 수는 있지 않겠는지요.
몇 백만 원의 대학등록금을 놓고
아이들이 굶어 죽어 가는데 사치라고 말할지도 모르나
그러나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일이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대학이 그만큼 가치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나
어떤 이에겐 그만한 가치가 있을 수도 있지요.
옆에서 조금만 힘을 보태면 거뜬히 일어날 수 있는 때가 있습니다.
이왕 다니기로 했고 다니고 있던 대학이니
마치고 제 몫의 일을 해나갔으면 싶었지요.
내 가치관으로
그까짓 것 별 쓸모도 없고 낭비라고 말할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조금만 버티면 되니까요.
한 학기를 누군가 보태면(십시일반으로 여럿이 같이 할 수도 있겠지요)
한 학기 장학금 받고 그 다음 학기 학자금 대출받고
그리고 취업 나가고...
그러면 두 해를 버틸 수 있지 않겠는지요.
추가등록이 생각났습니다.
담당하는 곳과 그 친구에게 서둘러 연락을 해봅니다.
잠깐 쉬는 게 계속이어 나중에 두고두고 짐이 되는 예를 여럿 보았지요.
하던 길에 내리하고 마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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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5.나무날. 봄비

<봄을 알리는 울음소리>

(생략)
저녁에 달골에 올라가기 전에 쉬를 누려고 밖에 나왔는데 개구리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가 너무 반가웠다.
“개골, 개골, 개골” 하는 소리가 ‘이제 봄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 소리는 꼭 봄을 알리는 종소리 같기도 했다.
개구리 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마음 한 구석의 불안함과 힘든 마음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기쁘기도 했지만 개구리 소리가 들리면서 비도 내리니까 잠깐 외롭고 쓸쓸한 마음도 들었다.
오랜만에 개구리 소리를 들어서 좋았다.(경칩에 정말 개구리가 나와서 신기하다.)

(5년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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