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15.물날. 간간이 비, 제법 굵어지기도 하고

조회 수 1078 추천 수 0 2009.04.25 03:11:00

2009. 4.15.물날. 간간이 비, 제법 굵어지기도 하고


촉촉해진 대지,
날 오래 가물었는데 고맙습니다.
고래방 앞 꽃밭에 라일락 반가이 피었더이다.

두릅나무는 쉬 번집니다.
논둑에 있던 두어 그루가 여러 그루 되었습니다.
두릅을 따와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었지요,
봄을 먹었지요.

거름들을 예제 뿌립니다.
류옥하다 외가에서
지난 겨울 파다 달골 마당가에 자리 잡은 나무들에도
퇴비 담뿍 주었습니다.
포도밭에도 거름을 더하지요.
작년에 손을 잘 봐주지 못했던 밭입니다.
먹은 게 적은 아쉬움보다
한껏 제 몫을 하도록 돕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컸던
포도밭이었습니다.
올해는 애를 좀 써보려지요.

아이가 물었습니다.
“엄마, 삶은 왜 다시 시작 할 수 없어?”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자기 삶이 자기 생각만큼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않을지요.
참 욕심 많은 친구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그를 채우며
아이가 자라갑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어느 때고 ‘지금 여기서부터 처음처럼 시작하는 삶’에 대한 지혜도
지니게 될 것입니다.

짧은 강의 아닌 강의가 있었습니다.
고 3들 대학입시를 앞두고 했던 마지막 정리 강의 이후
몇 해만에 국어 문법어들을 들먹였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도
몸에 붙인 것들은 언제고 나올 준비가 되어있지요.

자신을 호감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오랫동안 생각해왔습니다.
사람들이 여간하여 말을 잘 붙여오지 않았지요.
그런데 그건 내게서 기인하였을지도 모른다 싶데요.
사람들이 곁에 다가오지 않은 것은
싫어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이란 말을 들은 뒤부터입니다.
그래서 요샌 어딜 가면
먼저 다가가기를 시도합니다.
그러고 나니 외려 유쾌한 사람으로 사람들 사이에,
어떤 땐 중심에 있기도 합디다.
요새 같이 공부하고 있는 아주 큰 무리 속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이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그들이 반기고 저 또한 반기지요.
관계를 개선하고 싶을 때 내가 변하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라지 않던가,
퍽 새삼스러운 깨달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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